하루 종일 저 일을 하고 난 뒤 보리밥 한덩어리에 쪼각김치(깍두기) 한사발, 막걸리 한 잔하고 나면 그대로 녹초가 되어 버렸던 아련한 아픈 추억의 시절들이여!!
동네 물방앗간에서도 보리를 찧었다. 절절함이여...
30년전 한여름 초등학교 7교시가 끝나 집에 오는데 너무나 배가 고파 매동댁 밭에 심어진 고구마를 케~ 바지에 쓱싹 문질러 먹으며 집에 돌아왔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부엌 구석지 그 자리에 걸려있는 밥 소쿠리에 꽁보리밥이 매달려 있습니다.
동생들이 학교에서 빨리 올까봐 커다란 양판에 꽁보리밥을 담고 된장을 듬뿍 퍼서 싸리문밖 고추밭으로 가서 고추꺽어 문턱 앞 시냇가로 갔지요. 혼자서 얼마나 배고픔을 달랬던지 하늘도 환히 열리며 이내 배는 불뚝 올챙이가 되었답니다.
먹고 나니 동생들도 학교에서 돌아와 나처럼 전개 천정마루만 처다 보며 배가고파 울먹거립니다. 나는 태연히 송아지 앞세워 꼴망태 매고 소꼴을 배러 나갔지요.
지금도 보리밥만 생각하면 눈에 선합니다.
“핵교 파하면 근께 싯칼이 올것이제 그랬냐!” 동생들은 눈물 글썽이며 고추 따고, 소죽 쑤고 집안일을 도우며 저녁 노을에 우리집 굴뚝연기가 만날 때만 기다리며 주둥이는 서발이나 움쿠려 하늘 노을까지 붉게 물들이는 한적한 산골, 토끼와 발맞춰 살아가는 깊고 깊은 산골짝 작은 흙담집이였지요.
아스라한 풍경만 그림자로 남아 오늘까지 보리밥의 슬픔으로 가슴 한켠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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