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풍경

[스크랩] 내설악 단풍계곡 (펌)

목눌인 2011. 7. 13. 18:06
  ■  내설악 단풍계곡                                         (2006.10.14)
    새벽 2시 20분 한계령휴게소에서 출발하여 가파른 등산로를 오르다 뒤를 돌아보니 헤드렌턴 불빛이 꼬리를 물고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한참을 올라가다 다시 내리막을 타고 급한 경사를 다시 올라 1시간 40분만에 서북능선 삼거리에 도착했다. 이제 능선길이라 좀 수월하리라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너덜지대를 지나기도 하고 네발로 가야 하는 바위 구간을 반복하면서 오르 내리는 길이 오색에서 오르는 계단 코스 보다 배는 체력소모가 큰 것 같다. 위험 구간에서는 정체가 심해 휴식아닌 휴식을 하면서 부지런히 올랐지만 6시 25분, 출발한지 4시간 만에 겨우 끝청에 도착했다.
    대청봉 오른편으로 일출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6시 34분 햇님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다. 잠못자고 새벽 고행을 치룬 뒤에야 맛볼 수 있는 벅찬 감동이다.
    잠들었던 산맥들도 아침해 붉은 기운에 깨어나며 겹겹의 능선들을 농담의 수묵화로 그리고 있었다.
    멀리 계곡엔 아침운해가 바다를 이루고 산봉우리들이 섬처럼 떠있다.
    30분쯤 걸어 중청을 지날 즈음 해는 대청봉 꼭데기에 올라 빛나고 있다.
    일주 전 대청을 올랐었기에 대청, 소청 갈림길에서 바로 소청으로 내려간다. 설악에서 새벽을 맞은 이들이 줄지어 내려가고 있다. 소청 넘어 공룡능선 암봉들이 늘어선게 보인다.
    소청에서 외설악 천불동계곡과 내설악 백담사 방향으로 갈라진다. 한계령에서 여기까지 8.3km를 왔는데 백담사까지 앞으로 약 12km. 멋진 풍광이 기다릴테니 힘을 내자....!
    오른편으로 공룡능선 암봉들이, 왼쪽으로 용아장성릉 용의 이빨같은 기암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7시 50분 소청산장으로 내려와 아침식사를 하는 산행객들 사이에 끼어 도시락을 먹었다.
    글씨가 멋있는 소청산장 간판 옆으로 울산바위가 보이고 그 너머로 동해바다가 구름과 하나되어 있다.
    봉정암을 내려오며 본 봉점암 뒤로 솟아 있는 용아장성 기암들이 자연의 위대한 걸작품이다.
    봉정암 주변의 그 화려하던 단풍들도 거의 자취를 감추고 서서히 기나긴 겨울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8시 30분 봉정암에서 자판기 커피 한잔 맛있게 마시고 긴 계곡을 행군할 자세를 가다듬는다. 깔딱고개 가파른 계단길을 올라오는 이들의 숨소리가 거칠다.
    계곡으로 내려오니 아직은 남아 있는 단풍이 지난 여름 수해의 흔적들을 위로해주고 있었다.
    좌우의 기암봉우리들을 아름답게 수놓았던 단풍들이 거의 갈색으로 변하고 있다.
    봉정암에서 한시간쯤 내려오니 아름다운 단풍의 채색이 남아 있다.
    계속 나타나는 폭포들도 빈약한 물줄기를 흘리며 가을가뭄을 원망하고 있다.
    병풍처럼 깎아지른 절벽과 계곡이 산수화를 그리고 있다
    백담사 까지 백개나 된다는 담(潭, 웅덩이)에도 낙엽이 쌓여 있다.
    어느해보다 고우리라던 단풍이 계속되는 고온과 가뭄으로 일찍 말라버리고 있다.
    외설악 천불동계곡의 핏빛 붉은 색은 없어도 다양한 색으로 물들어 있다.
    내설악의 단풍은 전반적으로 노란색이 많다
    물빛이 옥색인 그야말로 옥류계곡이다.
    붉은 단풍이 가을햇살에 화려하게 빛난다.
    무더위와 장마를 이겨낸 자연의 아름다운 가을향연이다.
    화려한 단풍숲길은 꿈 속의 길이다.
    선경에 들어온 듯 황홀한 기분이다.
    바위 봉우리와 빨간 단풍이 참으로 잘 어울린다.
    아름다운 계곡에 아름다운 단풍이 수를 놓은 순간을 볼 수 있다는게 감사한 일이다.
    가을햇살 받아 투명하게 빛나는 단풍 숲길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영시암을 지나 백담사까지 내려오는 계곡에도 원색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있다.
    백담사 앞 계곡에 수없이 쌓아 놓았던 돌탑들도 다 쓸려가 버렸다.
    백담사에서 주차장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려는데 엄청난 인파가 줄을 서 있다. 3시간은 기다려야 탈 수 있다는 말에 6.5km의 포장길을 걸어가기로 한다. 백담사계곡도 아름답지만 약속한 버스시간이 빠듯해진 급한 마음에 걸음을 재촉한다.
    주차장까지 나오니 버스는 너무 많은 차량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한참 전에 있단다. 다시 1km 걷고 나니 총 27km 이상을 14시간 동안 걸었다. 아름다운 풍광에 취하며 설악의 정기를 온몸으로 받아서인지 발바닥은 화끈거리지만 피곤함을 모르겠다.
출처 : sun.k
글쓴이 : 햇빛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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