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뜸의학

퇴출위기에 놓인 영국의 침술을 바라다보는 한국은?

목눌인 2011. 7. 24. 19:19
퇴출위기에 놓인 영국의 침술을 바라다보는 한국은? 현대침의학

2011/04/0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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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21일 자의 한 인터넷 신문에서 침술과 관련된 조금 우려스러운 기사 하나를 접했다. '영국 침술 퇴출 위기, 한국은 어쩌나?'라는 제목의 기사였는데, 영국에서는 침술 치료 효과로 오심, 구토, 긴장성 두통, 치통, 무릎 관절염 등의 5가지 외에는 서면이나 인터넷을 통해 어떠한 광고도 해서는 안 된다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영국 웨일즈 대학 백종국 교수가 "최근 영국 침구계에서 대단히 충격적인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고 밝힘으로써 알려졌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은 또한 이미 미국, 독일, 프랑스, 호주 주요 선진국들도 영국과 같은 조치를 반영하듯, 침술의 의료보험 커버를 취소하거나 삭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따라 영국의 침구대학들 중 몇몇 대학이 학생들의 지원이 줄면서 파산하거나 침구과를 폐지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2007년 영국 엑스터 폴리머스 대학의 어네스트 교수가 5년간 5,000 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치료한 임상통계 연구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침술의 임상효과가 과학적으로 효과가 없는 위약(플라시보)효과 수준이었다고 발표함으로써 영국의 침구계를 더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을 비롯한 미국이나 프랑스, 독일 등의 서방 세계로 침술이 전파되면서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침술의 치료기전을 밝혀내려고 부단한 노력들을 했다. 그 결과 침 치료의 임상효과가 자주 입증됨으로써 침구사가 꾸준히 배출되었으며, 의사들 또한 침 치료를 병행하거나 권장하는 풍토가 조성되는 등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영국이 5가지의 단순한 질병 외에는 어떤 질병에 대해서 침술의 효과를 광고하면 부당광고로 거래표준원에 의해 법적인 제재를 받게 된다고 경고한 데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침술의 효과가 매우 미흡하기 때문일 것이다. 침술의 효과가 확실히 있으면 영국과 같은 합리주의적인 국가가 침술을 인정하지 않으려는듯한 정책을 굳이 펼 이유가 없다. 침술이 중국에서 영국으로 전파된 후 지금까지 침술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치료 효과를 지켜보았을 때 유의할만한 효과가 없었기 때문에 영국의 의료정책자들이 내린 결론일 것이다. 침술 치료의 효과가 미흡하다는 것은 순전히 침술을 시술하는 침 시술사들의 실력이나 자질의 문제이다. 침술은 30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사라지지 않고 존속해 온 지구촌의 유일한 의술이다.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침술은 분명히 어떤 치료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벌써 흔적도 없이 없어졌어야 했다. 영국이 침술의 효과가 미미하거나 아예 없다고 단정을 지어 퇴출하기 위한 액션을 취하고 있는 것은 영국에는 침술을 제대로 시술할 수 있는 인재가 없다는 이야기다.

 

만약에 영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침술에 대해서 회의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우리나라의 의료정책을 맡고 있는 당국에서도 비슷한 액션을 취할 수도 있다. '영국 침술퇴출위기 한국은 어쩌나?'라는 기사를 보도한 인터넷 신문은 한국 정부에서도 "침 시술의 건강보험 급여를 과학적 근거 없이 해줄 것이 아니라 영국처럼 과학적으로 인정된 5가지의 증상에만 건강보험 급여를 해야 하는 게 마땅하며, 나머지 인체 전체의 질병을 치료했다고 모두 보험 급여를 적용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실수이며 건보재정의 낭비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는 걸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의사들만이 침 시술을 하게 되어 있으므로 정부의 이같은 지적은 한의사들을  위협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제의 강점기을 거치면서 조상 대대로 전해져 오는 우수한 전통침술이 위축을 받게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1962년 군사정권에 의한 침구사제도의 폐지는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 오던 전통침술의 맥을 끊어지게 했다. 이같은 어이 없는 상황이 지속되다가 보건복지부 장관령으로 한의사들에게 침술을 시술할 수 있게 하였으나, 한의계에는 한국의 전통침술을 시술할 수 있는 인재나 전수해줄만 한 전문가가 없었으므로 전통침술의 맥이 그들에게 이어지게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의 총체적인 문제가 있었다.

 

침술의 종주국은 한국이었음이 고대 문헌을 통해서 추측할 수 있다. 중국의 침술은 결국 한반도에서 전해지고 서방국가들에는 근대에 이르러 중국인들이 침술을 전파시켰다. 서방 세계로 중국 침술이 전해졌을 때는 침법이 정교하지도 않았고 상당히 거칠었다. 그리고 많이 세분화가 되었다. 서방인들에게 중국 침술은 통증이 심하고 여러 면에서 불편한 점이 많아 이러한 침술을 서방 국가에서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을 것이다. 나름대로 세련화시키는 과정에서 침술이 원래 가지고 있는 시술 조작법이나 다양한 수기법들이 왜곡되거나 생략되었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처음 대하는 신비한 경락 이론에 매료되어 경락상에 있는 경혈에 정확하게 침을 꽂는 것을 중요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실제로 서양인들의 침 놓는 모습은 한국의 전통침술적 입장에서 보았을 때 그들의 침술은 침술이 아닌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통 침술이 중국으로 전해졌을 때 그들의 대륙 기질에 맞게끔 변질이 되었을 것이다. 즉 우리나라의 전통침술이 가지고 있는 섬세한 시술 조작법이나 정교한 수기법들이 난잡하고 거칠게 변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중국의 침술이 서방 세계로 전해졌을 때 환자들이 편하게 맞을 수 있도록 단순화시키는 과정에서 침술이 침술이 아닌 것으로 왜곡된 채 오랜 동안 침 치료의 임상결과에서 나타난 통게를 놓고 서방 국가들은 과학적인 치료 효과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는 듯하다.

 

우리나라는 1962년 침구사제도가 폐지되면서 한의사들이 자연스럽게 침 시술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한국의 전통침술을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이나 교육시킬 수 있는 유능한 인재가 없었기 때문에 한국의 전통침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접할 수가 없었다. 또한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대부분의 한의사들은 침술 같은 것에는 관심조차 갖지 않았다. 침술은 의사가 아닌 침술사들이 시술하는 저급한 유사의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많은 한의사들은 침 시술을 하지 않으면 한의원을 운영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음을 깨달으면서 침술을 익히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한의과 대학에서 배운 침술로는 정작 제대로 된 침 시술을 할 수 없는 데에 있다. 우리나라의 한의과 대학에는 한국의 전통침술을 가르칠만한 교수진이 없기 때문이다. 많은 한의사들은 대학에서 배운 침술이 침술의 전부인 양 대학 졸업 후에 학교에서 배운대로 그들의 환자에게 침 시술을 하는 것이다. 그들이 학교에서 배운 침술은 체표에 침을 살짝 꽂아 놓는 것과 같은 정형화된 방법 뿐이다. 사암오행침술은 보다 차원이 높은 침술로 여겨 많은 한의사들이 선호하는 침술이기도 하다. 체표에 살짝 꽂아 놓는 침술이나 사암오행침술은 모두 치료의 효과가 전통침술에 비하면 떨어진다는 것은 똑 같다. 한의사들이 효과가 떨어지는 침술을 시작한지 수십 년이 지나는 동안 한국의 전통침술은 거의 사라지게 되었고, 그럼에 따라 많은 환자들은 진정한 한국전통침술의 진가를 모른채 한의사들이 놓는 단순한 침술에 길들여지게 되었다. 게다가 침을 맞아봐야 병을 치료하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되었다. 1962년 군사정권이 침구사제도를 폐지한 것은 국가적인 커다란 문화 하나를 잃게 하는 엄청난 실수였다.  

 

한국의 전통침술은 분명히 치료효과가 매우 뛰어나다. 영국에 한국의 전통침술이 제대로 전파가 되었더라면 앞에서의 보도 내용과는 다르게 의료보험을 확대 적용하겠다는 소식이 전 세계로 전해졌을 것이다. 한국의 한의사들이 침술 발전을 위한 자구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현재의 상황에 안주했다가는 영국과 같은 충격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침을 맞는 환자들이 침을 한 번 맞을 때마다 한의사에게 지불하는 수가는 1,500원에서 5,000원 정도이다. 한의사는 침을 한 번 놓아주고 받는 시술비는 환자 개인당 15,000원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 중 1,500~5,000원은 환자로부터, 나머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다. 만약에 15,000원이라는 수가를 환자가 전액 부담하게 된다면 치료 효과가 없는 침을 놓는 한의사들은 모두 도태하든지, 아니면 치료 효과가 있는 제대로 된 침술을 익히느라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왜냐면 환자들은 15,000원이라는 고가의 비용을 들여가면서 더 이상 치료 효과가 없는 침을 맞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침을 맞을 때마다 1,500원이라는 약간의 돈만 내기 때문에 침 치료의 효과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앞에서도 한 인터넷 신문의 기사내용을 인용했다시피 한국의 정부도 영국처럼 침 시술의 건강보험 급여를 과학적 근거 없이 무턱대고 지불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 말은 더 이상 침 치료의 효과가 입증되지 않는 침 시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며 이는 한의사들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의사들이 현재의 침법에 안주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 곧 도래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는 지적이다.

 

다행스럽게도 며칠 전 한 여성 한의사가 한국의 전통침술을 한의사들에게 보급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한국의 전통침술을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한국 침구계의 앞 날에 서광이 비칠 것이라는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내가 자주 가는 서점에 들렀다가 <석호침법>이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는데, 이 책의 저자인 여성 한의사는 부친으로부터 한국의 전통침술을 고스란히 전수받아 그녀의 환자들게 15년 동안 임상을 하면서 탁월한 치료 효과에 스스로도 놀랍다고 술회했다. 그 여한의사는 자라면서 부친이 70년 동안 수 많은 환자들에게 침을 놓아 질병을 치료하는 모습을 지켜 보았고, 자기가 한의사가 되어 부친으로부터 전수 받은 침술로 환자들을 치료해 본 결과 부친의 침술 즉, 한국의 전통침술이 뛰어나다는 걸 확인했다는 걸 그녀의 책 <석호침법>에서 밝히고 있다.

여한의사의 부친은 함경도에서 출생했다고 한다. 그는 19세 때 우연히 중국으로 여행을 갔다가 그 곳에서 중국인 왕석호라는 침술의 대가로부터 침술을 익히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침술의 대가인 왕석호는 조선에서 침술을 배웠다고 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조선 사람이 중국인 왕석호로부터 조선의 전통침술을 배운 것이다. 여한의사의 부친은 2007년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하직할 때까지 70년을 비록 무면허의 신분이었지만, 탁월한 조선침법으로 헤아릴 수 없는 많은 환자들이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다고 한다. 지금은 부친의 조선침법이 한의사 모두의 것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의사들에게 석호침법을 전수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녀는 또, 석호침법을 배우러 온 한의사들이 침의 길이와 굵기를 보고 한 번 놀라고, 침을 깊게 꽂는 것을 보고 또 한 번 놀란다고 밝힌 점에서 한의사들의 침 놓는 실력이 어떤가를 짐작케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한국의 전통침술이나 앞에서 이야기 한 석호침법은 시술 조작법 같은 부분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조상 대대로 전해져 온 한국의 전통침술이라는 맥락은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한국의 전통침술을 한의사나 일반 의사들에게 전수시켜 보려고 노력은 했으나 나에게서 전통침술을 전수받은 한의사 수는 소수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어느 재야 침술인 단체와 한의사협회가 첨예하게 대립함에 따라 나에게 한국의 전통침술을 전수 받으려는 한의사들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게 되었다. 침구사제도의 부재로 내가 가지고 있는 전통침술을 어차피 써 먹지 못할 바에는 한의사들에게라도 보급시켜 대한민국 침구계의 위상을 바꾸는 데 어느 정도 기여를 하려고 했으나, 뜻대로 안 된 것은 대부분의 한의사들이 인지도도 없고 검증되지 않은 나같은 재야 침술인으로부터 뭘 배울 게 있겠나 라는 생각이 더 우세하게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든 '석호침법'이라는 제대로 된 한국의 전통침술을 이어받은 한의사가 있다는 것은 한의학계로서는 다행한 일이며, 그 침법을 보급하려는 한 여성 한의사의 노력이 전체 한의사들의 침 시술 능력을 상당히 업그레드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의사 쪽은 그렇다치더라도 재야의 침구계가 이대로 무너져야 하는지 어쩐지는 나도 잘은 모르지만, 이 쪽 세계에도 겉으로 드러난 실상으로 봤을 때 한국 전통침술의 자취를 찾아보기에는 어렵게 되었다. 대부분이 엉터리 침술을 가지고 있는 자들로부터 알음알음 배운 형편없는 침술을 가지고 침구사제도가 부활되어야 한다는 둥, 침술의 종주국은 한국이라는 둥, 애꿎은 현대의학을 들먹이며 질병을 고치니 못고치니 하며 공허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을 뿐이다. 이 모든 상황이 대한민국 침구계의 암담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