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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暮途遠 (일모도원)

목눌인 2018. 3. 14. 12:30

日暮途遠 일모도원 

날 일, 저물 모, 길 도, 멀 원

해는 지는 데 갈 길은 멀구나.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
즉 해야 할 일은 많은데 남은 시간이 없는 상황을 가리킴.

춘추시대 초나라 평왕 시대였습니다. 태부로 있던 오사와 소부 비무기는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 모두 태자를 보필하던 직위에 있었는데, 언젠가 비무기가 태자의 신부를 외국으로부터 호위해 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신부를 만나 보니 참으로 예뻤습니다.
이에 왕에게 아첨을 하기로 마음 먹은 비무기는 이 사실을 왕에게 알렸고, 평왕은 며느릿감을 자신의 첩으로 맞이하였습니다. 물론 아들에게는 다른 여자를 붙여 주었죠.
이때부터 비무기는 태자가 자신을 원망할 것이라 여겨 틈만 나면 태자를 헐뜯기 시작했고, 강직한 오사는 이 사실을 왕에게 간하였습니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습니다.

결국 태자는 죽음을 피해 다른 나라로 망명하였고, 비무기의 모함을 당한 오사는 잡히는 몸이 되고 말았습니다.
또한 비무기는 후환을 없애기 위해 오사를 인질로 그의 두 아들,
오상과 오자서마저 잡아들이도록 하였습니다. 왕의 명령을 받은 오상은 순순히 끌려왔지만 오자서는 “가면 모두 죽어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 것입니다.
나는 살아 아버지의 원수를 갚겠습니다.” 하고 이웃 오나라로 망명합니다.
물론 오사와 오상은 죽임을 당하였죠. 이때부터 오자서는 자나 깨나 부친과 형의 원수를 갚고자 절치부심(切齒腐心)합니다. 그리고 장수 손무 즉 《손자병법》의 저자와 함께 활약해
오나라를 남방의 강국으로 성장시킵니다.
그런 후 드디어 초나라를 공략, 도성까지 진입하지만 원수 평왕은 이미 죽은 후였지요. 이에 오자서는 평왕의 무덤을 파 시신을 꺼낸 후 매질을 3백 번이나 가합니다.
그러자 신포서라는 초나라의 충신이 산으로 피했다가 사람을 보내 오자서에게 이렇게 전합니다.

“그대의 복수가 너무 지나치다. 때로는 많은 사람이 하늘을  이길 수 있다고 하나 결국은 하늘이 사람을 이긴다고 했다.
 그대는 본래 평왕의 신하였는데, 이제 그 시신에 모욕을 가하니 이보다 더 하늘을 거역하는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러자 오자서가 이를 갈며 이렇게 말합니다.

“당장 가서 신포서에게 전하라.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어  다른 방법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말이다.”

이렇게 해서 일모도원(日暮途遠)이란 말이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오자서는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주인공인 오나라 왕 합려와 부차를 섬겨 오나라를 춘추시대의 패자로 성장시킵니다.
그러나 후에 부차에게 월나라 공략을 간언하다가 자만에 빠진 부차의 미움을 사 죽음을 맞이하고, 오나라 역시 오자서의 예측대로 월나라 구천의 공격을 받고 멸망하고 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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