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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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눌인 2011. 2. 1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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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의학의 장부론은 시체 해부에 굴림을 둔 학문이 아닌 살아 있는 몸의 생리 현상과 증후를 기초로 한 학문이다. 때문에, 장기의 해부학적 위치를 무시하는 듯이 여겨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해부학 지식이 없어서라기보다도 현상을 더 존중한 까닭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왼쪽 반신 불수가 신경 중추는 오른쪽에 탈이난 것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드러난 현상을 더 중요하게 여겨서 병이 왼쪽에 있다고 하는 것과 같다. 그와 마찬가지로 위(胃)는 위에 있고 창자는 아래에 있지만 그 반응에 의해서 위는 족양명(足陽明)이라고 해서 아래에 자리잡고, 대장은 수양명(手陽明)이라고 해서 위에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가. 장

1). 간(肝)

암모니아에서 요소(尿素)를 무더기로 만들어 내는 곳은 간장이다. 간(肝)이 암모니아염(염)에서 요소를 만들어 내는 목적은 단백질 대사를 할 때 생기는 해로운 암모니아를 해가 없는 화학 물로 변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 까닭은 간장을 제거하면 암모이나 중독에 고유한 중독 증세가 생기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간이 소변을 주관한다는 것은 서양 의학의 학설과 일치된다. 그뿐만 아니라 간은 적혈구를 파괴하고 생성하며, 담즙을 분비하고 해독 작용을 하며 자양분을 저장하는 역할도 한다.
간은 투쟁을 맡은 장기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간덩이가 부었다. '대담(大膽)하다' 같은 말을 하는데 이것은 모두 투쟁과 간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밝히는 표현이다. 실제로 투쟁의 원동력이 되는 분노의 감정은 간에 속한다. 피는 영양분을 의미하는데 간장에서는 글리코겐이라는 자양분을 저장한다. 장에서 새로 영양분을 흡수한 혈액이 문맥(門脈)을 통해서 간장을 거쳐 심장으로 간다. 서양 의사들이 많이 권하는 간유는 몸에 이롭다고 하고 영양 부족으로 인한 야맹증(夜盲症)은 동물의 간을 먹으면 잘 치료된다.

2). 심(心)

심(心)을 대표하는 장기는 심장이니, 온몸에 혈액을 순환시키는 것이 심이 맡은 직책이다.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은 이 심장이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된다. 영양분을 온몸에 배급하고 산소를 공급하여 체온을 유지하고 모든 삶의 동력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 대사에서 나온 찌꺼기를 다시 운반해서 몸 밖으로 배설한다. 탄산이 많은 혈액을 폐에 보내서 산소와 바꾸어 오고, 소변이 될 성분은 신장으로 보내어 짜 놓게 한다. 이것이 생리학적으로 본 심장의 대체적인 기능이다.

그러나 한의학적으로 볼 때는 사람의 정신 작용도 심에 속하다. 이것은 언뜻 들으면 대단히 비과학적으로 틀린지도 모른다. 정신 작용은 뇌에서 하는데 심장이라니 웬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하고 반문할지 모르나, 정신 작용을 심장의 작용에 연결시키지 않고는 달리 연결시킬 곳이 없다. 심장의 활동이 건전한 사람은 정신도 건전하고 심장이 약한 사람은 정신적 활동도 부진하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은 심장의 활동에도 반듯이 변조를 보인다.  

공포를 느끼는 사람은 공포에 대한 특유한 심장의 박동이 있고, 따라서 공포에 특유한 안색(표정)이 있으며, 분노도 그렇고, 환희도 그렇고, 모든 감정이다 그렇다. 그뿐 아니라 감정의 변동으로 인한 생리적 변동을 느끼는 부위는 가슴, 곧 심장 부위이다. 기쁨을 예감할 때는 가슴이 울렁거리고, 비통한 일을 당하면 가슴이 쓰라리며, 공포를 느낄 때는 가슴이 선뜻하고, 실연을 당한 후 가슴에 못이 박혔다고 표현하는 것은 모두 감정의 반응이 느껴지는 곳이 심장임을 가리킨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심장을 표시하는 말과 정신 작용을 표시하는 말이 같은 것은 우연하고 무의미한 일이 아니다.  

한의학에서도 뇌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 '뇌는 척수의 바다(腦爲髓之海)'라고 하는 것은 뇌가 신경 중추라는 것이요, '머리는 정신이 밝은 곳 (頭者精明之府) '라고 하는 것은 정신 작용이 머리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밝히는 말이다. 심을 모든 장기의 임금이라고 한 것은 몸이 부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 강하냐 약하냐가 심장에 달려 있고 기쁘고 슬프고, 노하고 근심하는 모든 감정의 움직임이 심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3). 비(脾)

한의학상 비(脾)는 소화와 영양을 맡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비를 흙(土)에 비유한다. 흙이 만물을 길러 내는 것처럼 비가 온몸의 살에 영양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비장과 췌장이 이 비의 작용을 맡은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비와 위는 한 짝으로 마치 부부 같은 장기이며('비위가 상한다' 같은 말은 이 사실을 나타낸다), 췌장은 소화액을 분비한다. 비장은 느리게 규칙적으로 수축하면서 백혈구를 생성하고 (비장 정맥혈은 동맥혈보다 백혈구의 함유량이 더 많다)파괴한다.  

또 요산(尿酸)을 생성하는데 이 요산은 죽은 백혈구의 핵에서 생성되는 것이다. 또한 비장은 적혈구를 파괴하고(많이 또는 적게 분해된 여러 층의 적혈구를 담고 있는 세포를 비장 안에서 볼 수 있다) 생성한다고 알려져 있다. 비장은 전염병에 걸릴 때 두드러지게 부풀어오르는데, 이 때 비가 맡은 임무는 다량으로 세포를 생성시켜서 병원체에 대항하게 하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비에 속해 있는 췌장은 췌액(膵液)이라고 하는 알칼리성 소화액을 분비한다. 췌액 분비는 음식물을 섭취한 뒤에 시작되며 특히 산성 위(胃) 내용물이 창자로 옮아감에 따라 늘어난다. 췌액 중에는 전분을 맥아당으로, 맥아당을 포도당으로 분해하는 효소가 들어 있다. 그러므로 단맛은 비에 속한 맛이며, 신맛은 간에 속한 맛이라고 한다.  

약에서 싹 틔운 보리를 소화제로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위액과 담즙은 산성 소화액이고, 췌액은 염기성 소화액이다 이것이 알맞게 분비되지 못하면 소화 불량이 생긴다. 간의 산성 소화액이 비의 염기성 소화액보다 훨씬 더 많이 분비되어 소화 불량이 생기는 것을 '나무가 흙을 이긴다(木克土)'라고 한다. 췌액은 십이지장에서 위안으로 옮겨질 수 있다고 한다. 옮아가는지 거기서도 췌액과 같은 소화액이 분비되는지 단언하기는 어려우나 아무튼 한의학적으로 볼 때는 알칼리성 소화액은 모두 비의 작용에 의한다. 그러면 왜 췌장을 비에 속하게 했을까? 그 이유는 몇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로 비는 소화를 맡았는데, 췌장은 소화액을 분비한다.
둘째로 단맛은 비에 소속된 맛인데, 탄수 화물, 곧 당류를 동화시키는 것은 췌장이다. 당뇨병은 췌장에 관계된 병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로 비와 간의 작용이 서로 대립되어 있는데 그 까닭을 담즙의 산성과 췌액의 알칼리성이 대립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넷째로 비와 신(腎)의 작용이 서로 대립되어 있는데 그것은 부신(내분비)과 췌장(내분비) 간의 상호 억제 작용을 가리키는 것이다.

다섯째로 한의학을 하는 사람 가운데 '비를 보하는 것은 신을 보하는 것만 못하다(補脾不如補腎)'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거꾸로 '신을 보하는 것은 비를 보하는 것만 못하다(補腎不如補脾)'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소화가 잘 되면 모든 병이 없어진다는 주장과 정력이 왕성해지면 자동적으로 건강하게 된다는 주장이 맞서 있는 것이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르고 는 제쳐놓고 이처럼 비와 신이 가장 중요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신에 소속된 장기에 부신,생식선,섭호선(攝護腺) 등 내분비 장기가 있는 반면에 신과 마찬가지로 중요시되는 비가 거기에 소속된 내분비 장기로서 췌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4). 폐(肺)

폐(肺)는 공기를 호흡한다. 심장에 돌아온 정맥피를 폐동맥을 통해서 폐에 보내면 폐는 그 혈액에서 탄산을 제거하고 다시 산소를 주어서 신선한 피가 되게 한 다음 폐정맥을 통해서 심장에 보내서 다시 온몸을 돌게 한다. '폐는 기를 주관한다(肺主氣)'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폐가 공기 곧 기체를 호흡하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리는 없다.  

기(氣)라는 것은 생기,원기 등 생명체의 동력을 의미한다. 이 동력은 산소의 연소에 의해 얻으므로 산소를 섭취하는 호흡의 기와 삶의 힘으로서의 기를 동일시할 수 있는 것이다. 산소의 섭취와 탄산의 배출은 적혈구에 의해서 영위되는 것이니 이것이 '기는 피가 없으면 안 된다(氣非血不化)'라는 것이요, 혈액 중에 산소가 없으면 혈관이 오므라 붙어서 피를 통하지 못하게 하니 이것이 '피는 기가 없으면 움직이지 못한다(血非氣不行)' 는 말이다.

실제로 호흡이 끊어지면 혈관에 피가 하나도 없게 된다. 피와 산소가 잘 운행되게 하고 몸 안의 연소 작용이 원활해지도록 돕는 것이 폐가 맡은 일이다. 호흡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외호흡(外呼吸)이라 고해서 폐가 정맥피의 탄산을 배출하고 산소를 섭취하여 동맥피를 만드는 것을 가리키고 (피부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도 포함된다) 또 하나는 조직 호흡(組織呼吸)이라고 해서 조직에서 동맥피중에 있는 산소를 섭취하고 탄산을 그 대신 혈액에 주어서 정맥피를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  

피부에서도 탄산가스를 배출한다. 그 배출량은 땀이 많이 날 때 눈에 띄게 늘어난다. 산소도 역시 피부에서 섭취된다. 이와 같이 폐와 피부는 하는 일에 공통된 점이 있다. 그러므로 폐를 튼튼하게 하려면 피부를 튼튼하게 해야 한다. 폐병 환자에게 냉수 마찰, 찬바람 쐬기, 일광욕 등이 효과가 있는 것은 피부를 튼튼하게 하기 때문이다. 감기에 의해 피부의 호흡과 발한 이 불가능해지면 그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것이 폐이다.

5). 신(腎)

생리학적으로 신장은 단순히 소변을 뽑아 내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으나 한의학에서 신(腎)이라고 하는 것은 그 범위가 대단히 넓다. 대뇌하수체, 갑상선, 부갑상선, 흉선, 부신, 생식선, 섭호선 같은 것이 모두 신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넓은 의미로 신은 곧 생명의 원천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원기나 정력 같은 것은 모두 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 작용을 의미한다. 신을 충분히 이해하면 한의학의 기초가 섰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우리가 사람의 생활을 영양(개체 보전)과 생식(생명 연장)과 투쟁(목적 달성)이 한데 어우러져서 이루어지는 생명 활동이라고 할 때, 영양을 맡는 것이 비이고, 투쟁을 맡는 것이 간이라면, 생식을 맡는 것은 신이라고 할 수 있다.

나. 부

1). 담(膽)

담낭(膽囊)은 간 틈에 붙어 있어서 간장의 분비물인 담즙을 저장했다가 위 내용물이 유문(幽門)으로 나오기 시작하면 담즙을 소장으로 내보낸다. 간장에서 흘러나오는 담즙은 3%의 고형 물질(固形物質)을 함유하고 있고, 창자가 비어 있을 때는 직접 창자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우선 담낭에 들어가서 거기서 수분의 손실과 담낭 점액의 혼합으로 짖어지게 되어 17%의 고형 물질을 담고 있게 된다고 한다. 황달은 담석이나 간장 종양 및 그 밖의 원인으로 한 곳에 싸이게 된 다음 담즙 성분이 핏속에 옮겨져서 생기는 병인데 중증 황달은 혼수에 빠지게 하거나 경련을 일으킨 다. 이것은 핏속에 섞인 담산염이 신경 중추를 건드리는 데서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에게 담산염을 주사하면 이와 비슷한 증세가 나타난다고 한다. 한의학에서 신경 계통의 병을 풍(風)이라고 하고 간에 속하는 병이라고 하는 이유도 아마 이런데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것으로 담낭의 맡은 일이 생리적으로도 규명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담낭의 기능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할 만큼 밝혀져 있는 것이 없다. 다음에 담에 대해서 한의학 및 철학적 의학의 관점에서 살펴보려고 한다.

첫째로 간은 투쟁의 동력을 만들어 내는 내분비 장기로 추측된다.
서양 학문의 원조(元祖)라고 할 만한 플라톤은 사람의 성격을 네 가지로 분류하는 가운데 침착하고도 판단성 있는, 곧 투쟁에 가장 적합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담즙성이라고 했다. 동양에서도 '대담하다', '담력이 세다', '간이 크다' 같은 표현으로 투쟁의 동력이 담에서 생기는 것을 나타냈다. 또 맹렬한 투쟁은 강렬한 분노에서 오며 강렬한 분노는 안색을 청색으로 변하게 한다. 이 분노성 청색은 간장의 작용에 기인한 것으로 본다.

둘째로 담은 장부(臟腑)의 중간 성격을 지닌 장기이다. 담은 부(腑)에 속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다른 부와는 성질이 다른 점이 많아서 오히려 장에 속한다고 보는 편이 더 났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부의 기능을 견주어 보면, 위는 밖에서 오는 물질을 받아들이고, 소장은 그 물질을 전달하며, 대장은 그 물질을 배설한다. 또한 방광은 몸 안에서 생긴 폐물을 물과 함께 배설하는데, 담낭은 간장에서 분비한 유용한 소화액을 담낭 점막으로 가공하여 소장에 제공한다.  

그리고 췌장은 유용한 소화액을 자신이 분비한다. 이와 같이 담낭과 췌장의 작용에는 큰 차이가 없으며 그 밖에 담은 호르몬도 분비하는 장기로 여겨진다. 서양의 어떤 철학적 의학도는 심장을 태양에 견주고 담낭을 화성에 견주었는데 한의학에서도 심을 군화(君火)로 보고 담을 상화(相火)로 보았으니, 담을 장과 동일시한 점에서 동양과 서양이 일치하는 점이 있다. 또 경락상으로 볼 때 등을 펴지고(伸), 밖이고(表), 양(陽)이며, 배는 구부러지고(屈), 안이고(裏), 음인데, 담은 옆쪽에 있어서 등도 아니고 배도 아니며, 밖도 아니고 안도 아니다. 왼쪽이 펴지면 오른쪽이 구부러지고 오른쪽이 펴지면 왼쪽이 구부러져서 펴진 것도 구부러진 것도 아니며, 펴지는 것과 구부러지는 것 사이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담 경락을 반은 밖, 반은 안(半表半裏), 반은 음, 반은 양(半陰半陽)이라고 한다. 그리고 경락상으로 심포, 삼초, 담, 간이 한 계통인 것으로 보아 담이 모든 기관의 작용을 조절하는데 중요한 기능을 맡은 것으로 짐작된다.

2). 소장(小腸)

소장(小腸)은 소화된 영양분을 흡수한다. 심장은 이 영양분을 분비하므로 심장과 소장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한의학 서적에 보면 소장은 위와 잇대어 있어서 위의 내용물을 받아들여 그것을 바꾸어 밑에 있는 방광과 대장에 내려 보낸다는 말이 있는데, 대장으로 내려 보낸다는 것은 해부학상으로 당연하지만 방광에 내려 보낸다는 것은 우선 비과학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다음과 같은 현상으로 미루어 보면 소장과 방광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첫째로 심장이 피로하면 반듯이 소변 색이 노래지고 누기가 힘들어진다. 경락상으로 보면 심, 소장, 방광, 신이 한 계통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로 설사에 이뇨제를 쓰면 잘 낫는 때가 있는데 이것 역시 현상에 굴림을 두고 소장 내용물 가운데 수분은 방광으로 배설되고 거친 것은 대장으로 대변이 되어 나오는 것을 관측해서 개발한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한 가지 생각할 것은 해부학상 위치로 보아 소장과 방광이 인접해 있으므로 소장 내용물에 수분이 지나치게 많을 때는 그 수분이 대장에서 흡수되어 몸안을 몇 차례나 돌아서 신장을 지나 소변으로 배설되는 대신에 소장 벽과 방광 벽을 삼투하여 직접 소장에서 방광으로 수분이 가도록 되어 있지 않나 추측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3). 위(胃)

위(胃)는 소화기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음식이 위에 들어가면 위액을 분비하면서 음식물을 주물러서 몸안에 흡수되기 쉽게 하는 동시에 각 소화 기관에 작업 명령을 내린다. 간장에는 담즙을 분비시키라는 명령서를 지닌 전령사를 보내고, 췌장에는 췌액을 분비시키라는 명령을 내린다. 위는 여러 장기 중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몸에 영양을 공급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위는 다른 모든 장기와 밀접하게 연락 관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마치 경제 기획원이나 재무부와 같아서 정부 각 기관이 예산 요구를 경제 기획원이나 재무부에 통고하면 경제 기획원은 그것을 참고 하여 예산을 세우는 것처럼 위는 인체의 각 기관을 참고 하여 음식물의 섭취량을 정한다.

그러므로 식욕과 식성은 인체의 건강 상태를 대변하는 것이다. 소화 불량,구토, 식욕 부진,식욕 과다 등위에 생긴 변화로 보아서 그 병이 생긴 곳은 위라고 하더라도 그 원인은 종합적으로 온 몸의 생리 상태를 관찰해서 찾아야 한다. 사람은 위만 튼튼하면 그만 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당연한 말이다. 결과적으로 보아 건강한 사람은 위장에 탈이 없고 병이 있는 사람은 위장에 탈이 있으므로, 위장에 탈이 있느냐 없느냐를 기준으로 삼아서 병이 있느냐 없느냐를 구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원인을 소급해서 생각하면 위장이 약해서 병이 난 것이 아니고 몸이 약하기 때문에 위가 약해져서 병이 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음식물을 잘못 먹어서 일시적으로 식상한 급성 위장 질병을 빼고는 만성 위장병을 위장만 국소적으로 치료해도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바로 그 위장병의 근본 원인이 위장에 있지 않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이 몹시 구타를 당하거나 외상(外傷)을 입으면 얼마 동안은 식욕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만다. 그 봉변을 당하기 전까지 소화에 아무 탈이 없고 또 위를 상할 일도 전혀 없었는데 다만 외상을 입었다고 해서 식욕이 상실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위에 어떤 고장이 생긴 것이 아니라 외상으로 인한 피로를 회복하기에 전력을 다하느라고 새로 들어오는 음식물을 소화하는데 소비할 여력이 없다는 것을 위에 통고하여 음식물을 받아들이는 것을 사전에 거부하는 데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 밥상 앞에 앉아서 평상시와 조금도 다름없는 식욕과 구미로 음식을 먹다가도 식사 중에 화가 나는 일이 생기거나 크게 걱정스러운 사태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당장에 식욕이 가시는데 이것도 위에 탈이 생겨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리고 소위 상사병(相思病)이라고 해서 미음 한 숟갈도 소화하지 못하고 끙끙 앓던 사람이 사모하던 사람을 만나면 하루만에 식욕과 소화력이 회복될 뿐만 아니라 보통 때 이상으로 식욕이 왕성해지거나, 아주 맛있게 먹던 국에 벌레가 빠진 것을 보고 그 자리에서 구역질이 나는 것 같은 것은 모두 위에 어떤 이상이 있어서 생기는 현상이 아니다.

경락(經絡) 가운데 인체의 전면에 와 있는 양경락(陽經絡)은 위경락뿐이다. 그리고 경락의 교차와 연결 관계를 조사해 보면 위경이 비경(脾經), 폐경(肺經), 신경(腎經), 충맥(衝脈), 음교맥(陰교脈), 양교맥(陽교脈), 음유맥(陰維脈), 양유맥(陽維脈)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소장경락, 대장경락, 심포경락, 삼초경락, 담경락, 방광경락, 심경락, 폐경락과 독맥(督脈), 임맥(任脈), 대맥(帶脈)과도다 연결되어 있고 특히 어린애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젖샘(乳線)이 위경락에 속하고 호르몬에 의해 젖이 분비되는 것을 보면 위와 신, 다시 말하면 소화기와 생식기 사이에 복잡한 기구가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4). 대장(大腸)

대장(大腸)은 소장 내용물을 받아서 그 중에서 흡수하고 찌꺼기를 대변으로 배설한다. 그리고 또 장안에서 발생한 기체를 때때로 배출하기도 한다.
대장은 한 의학상으로 보면 폐와 한 짝을 이루는 것이다 그것은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대장은 수분은 흡수하는데 폐는 수분을 발산하고, 폐는 기체를 호흡하는데 대장은 가스를 발산하고, 폐에 열이 있을 때는 대변이 굳고 폐의 작용이 약하면 대변이 묽다는 사실 등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5). 방광(膀胱)

방광은 신장에서 보내는 소변을 몸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임무다. 한의학에서도 방광의 임무는 소변 배설 외에 별로 말한 곳이 없으나 다만 경락상으로 볼 때는 방광 경락이 온몸의 거의 반을 차지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독맥을 따라서 후반 신을 덮었고 그 경혈 중에는 폐유,심유,독유,격유,담유,비유,간유,위유,삼초유,신유,대장유, 소장유,방광유 등의 혈(穴)이 있고, 모든 양경락을 통제하다시피 되어 있다.

6). 명문(命門), 삼초(三焦), 심포(心包)

한 의학상 명문(命門)과 삼초(三焦)라는 것은 크게 까다로운 것이다. 몰라서는 안되 알기는 어렵고 한 것이 바로 명문과 삼초다. 때문에 이 둘을 가리켜서 '이름은 있되 형체가 없고, 형체는 없되 쓰임새는 있다(有名而無形, 無形而有用)'고 했는데 아주 적절한 표현이다. 이것들은 작용 곧 현상으로 드러날 뿐이고 그 기관을 포착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명문과 삼초에 관한 설명과 주장도 한의 학자들 사이에 갖가지여서 여러 가지 책을 참고해 보아도 도무지 종잡기 힘들다.
나는 이 명문을 내분비 계통을 통틀어 일컫는 것으로 본다. 내분비는 현대 의학상 그 존재를 직접 증명하기는 어렵고 임상적 관찰 또는 인체와 동물에 행한 실험을 굴림으로 하여 그 현상과 반응으로 간접적으로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추정하는 것에 지나지 못하니 이것이 바로 형체는 없되 쓰임새는 있다는 말이 가령 심장이 끊임없이 뛰고 폐가 쉬지 않고 호흡할 때 이 작용의 힘을 초(焦-태운다 는 뜻)라고 하며, 심장과 폐가 부단히 움직일 때 두 장기가 서로 마찰하여 불꽃이 일고 열이 나고 심하면 타서 없어질 터인데 이것을 잘 방지하는 것은 심포(心包), 곧 심낭(心囊)의 힘이다. 돌아가는 기계에 기름을 쳐주지 않으면 기계는 곧 고장날것이다.
이와 같이 기계의 기름처럼 우리의 장기의 활동을 원활하게 하고, 그 마찰로 인한 고장을 방지하는 장치가 모든 기관에 있으니, 늑막, 창자 사이의 막, 복막 등이 모두 그것이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심낭이다. 기계 기름이 기계 운전에 연관된 것과 같이 심포 같은 것은 명문에 지배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명문의 작용이 생리적으로 구현될 때는 초(焦)와 심포(心包) 두 작용에 의 하기 때문에 그 작용 상태를 인체의 외부에 표현하는 경락에 삼초 경락, 심포 경락이 있고, 명문 경락이 따로 없는 것이다.

명문(命門)      삼초(三焦)-기관 운전- 적극적 양(陽)
                
심포(心包)-고장 방지- 소극적 음(陰)


장기를 운전하는 힘을 초(焦)라고 하면 장기의 수가 많은데 특히 삼초(三焦)라고 한 것은 무슨 까닭일까?
인체의 삶을 대체로 구별하면 섭취(영양분), 대사(물질 동화), 배설(대사의 산물),이 세 가지를 벗어나지 않는다. 물질 동화는 심장에 의한 혈액 순환과 폐에 의한 산소 공급이 없으면 이루어지지 못 한다.
그런데 심장과 폐는 몸통의 위쪽에 있다. 횡격막 이상을 상초(上焦)라고 부르는데, 이 상초에 탈이 있다는 것은 심장과 폐의 작용에 변조가 생긴다는 것이다. 영양 섭취는 소화 작용이고, 소화 작용을 맡는 기관은 위,췌장(비), 담낭들이니 이 기관은 모두 몸통의 가운데 쪽에 있다. 횡격막과 가로지른 결장(結腸)사이가 소화기의 영역으로서 중초(中焦)에 속한다. 폐물을 몸밖으로 내보내는 기관은 신장,방광,대장들이다. 이것은 모두 몸통 아래쪽에 있다. 대소변 이상이 있는 것을 하초(下焦)에 변조가 생겼다고 한다, 이처럼 상, 중,하로 나누었으나 중초와 하초는 구획선이 명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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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健美院☜
글쓴이 : 도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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