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05/31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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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선의 삼오침>이 생겨난 배경이 있다. 나에게 침술을 배우러 왔던 한 수강자가 신보선만이 할 수 있는 독창적인 침법을 개발하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처음에 이 말을 듣고 거의 무시해 버렸다. 나만의 독창적인 침법이라는 것이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수강자는 2개월 동안 나에게 침을 배우면서 틈만 나면 '신보선만의 독창적인 침법'이 있어야 많은 사람들을 나에게로 몰려오게 할 수 있다고 귀가 따갑도록 강조를 하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십수 년 간 고스란히 터득한 한국의 전통침술을 인체과학적인 전문지식과 접목하여 나름대로 세련화시킨 것이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독창적인 침술법이라고 맞대응을 하고는 했었다. 그러면 그는 그것은 신보선만이 가지고 있는 침법이 아니고 누구나가 알고 있는 전통침법에 불과하므로 그 누구도 신보선의 침술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나에게 인식시키려고 애를 썼다.
신보선의 침술? 그게 그렇게 중요하다는 말인가? 그가 나에게 여러 번을 신보선만의 침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이 문제에 대하여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중국에는 평형침술, 안와침법, 두피침요법, 단혈침법, 일침요법, 복침요법, 동씨기혈침법, 완과침법 등의 무수한 침법들이 어느 특정인의 이름의 꼬리표가 붙은 채로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침법에 강한 호기심을 느껴 서너 차례 중국을 들락거리면서 느낀 것은 이들 모두의 침법들이 어떤 독창적인 시술법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전통침술에서 약간씩 변형을 시키거나 세분화시켜 마치 독창적으로 개발한 것처럼 위장한 후, 위장한 사람이 창시자가 되어 'ㅇㅇㅇ의 일침요법'이라는 타이틑로 세상 사람들에게 선을 보이는 것이다. 이렇게 전통침술의 내용을 교묘하게 변형시키거나 세분화시킨 위장침술법은 전통침술을 제대로 익히기가 까다롭다고 여기고 있는 사람들을 사로잡게 하는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우선 침시술법이 대단히 단순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몸 전체의 경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인 곳의 경혈만 이용하므로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에 있는 경혈들을 어떻게 배혈을 할 것인지에 대한 부담이 없다. 특히 일침요법이나 단혈요법은 한 두 개의 경혈에 자침을 함으로써 시술을 끝내는 아주 간단한 침법이다. 동씨기혈침법은 전통침술보다 더 복잡하게 돼 있어 헷갈리는 부분이 많이 있는 침술이기도 하지만, 그 밖의 침술은 단 몇 시간만의 수련을 통해 익힐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침법이다. 재미 있는 것은 이러한 침술을 배우기 위해 세계 각지의 의사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이른바 재야의 침술인이나 한의사들이 이러한 침술을 배우려고 많이들 다녀왔을 것이다.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나에게 신보선만의 독창적인 침술을 만들라고 종용했던 사람은 아마도 앞서 이야기 했던 중국의 침술계를 떠올리면서 이를테면 상술을 발휘하라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중국인들이 이미 존재하는 전통침술의 내용을 약간씩 변형시키거나 세분화해서 재포장한 후, 그들만의 침술인 것처럼 위장하여 시장에 내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까 전통침술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특수 침법들이 전혀 특수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전혀 새로울 것도 없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침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침술을 배우려는 지구상의 많은 사람들이 중국으로 몰려 가는 것이다.
나에게 신보선만의 침술을 개발하라고 했던 사람은 진정으로 독창적인 침술을 개발하라는 의미가 아닌, 내가 가지고 있는 침술을 나의 이름으로 다시 포장을 하라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어떻든 나는 그 사람으로부터 몇 차례의 압력(?)을 받은 후 나만의 침술법을 고안해 내려고 고민하기 시작했었고 그러다 나온 것이 '신보선의 삼오침'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수지침이라는 것이 있다. 미국의 침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까지 한국의 수지침이 알려져 있을 정도다. 수지침은 전혀 독창적인 침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수지침의 내용을 보면 중국의 동씨기혈침을 모방한 듯한 느낌이 든다. 동씨기혈침은 물론 전통침술에서 변형된 것이다. 수지침이 생겨난 것보다 훨씬 이전에는 사암침술이라는 것이 있었다. 사암침술도 역시 사암도사라고 알려진 사람에 의해서 독창적으로 개발된 침법이 아니다. 중국의 황제내경에는 오수혈을 이용한 침법이 있었다. 사암침법은 황제내경에서 말하는 오수혈의 자모(子母)의 보사법에다 관격을 보사하는 처방을 하나 더 추가시켜서 사암오행침이라고 했던 것이다. 이 밖에도 체질침, 삼각침법, 자오유주침법 등이 있으나 역시 전통침법에서 크게 벗어나는 독창적인 침법은 없다.
그렇다면 내가 고안해 낸 삼오침은 독창적인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다만 대부분의 침술가들이 인체의 체표에다 마구잡이로 침을 꽂아 놓는 것을 보고 꼭 필요한 침만을 꽂아 자침의 갯수를 줄여 환자에게 고통을 그만큼 덜어주고 치료효과는 높이자는 취지에서 삼오침법을 고안해 낸 것이다. 즉 침을 놓는 경혈의 수를 세 개 내지 다섯 개로 한다는 의미에서 삼오(三五)라는 이름이 나온 것이다.
삼오침을 고안내는 과정에서 그럴 듯한 이름을 생각해내느라 밤잠을 설치는 날도 있었다. 내가 환자들에게 침시술을 할 경우가 있게되면 침을 놓는 경혈을 최소한으로 잡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삼오침이라는 이름을 생각해 낸 것이다. 삼오침법의 원칙은 처음 환자에게 침을 놓을 경우 자침하는 침의 숫자를 세 개를 하든지 아니면 경혈의 숫자를 세 개로 하여 최소한으로 침을 놓되 치료 효과가 뛰어난 경혈을 취혈해야만 한다. 세 개의 경혈 또는 세 개의 침으로 침을 놓아 뚜렷한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침의 숫자를 다섯 개로 하거나 경혈의 숫자를 다섯 개로 정하는 것이다. 부득이한 침의 숫자나 경혈의 숫자를 더 늘려야 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3과 5의 합인 8개의 침을 쓰거나 8 개의 경혈을 쓰되 8개의 숫자가 넘어가면 침술로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로 보아야 한다. 환자에게 무조건적으로 침만 많이 꽂는다고 해서 치료 효과가 상승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질병에 대한 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경혈을 취혈하여 자침을 했는데도 개선의 효과가 없으면 대부분의 침시술가들은 여기저기 침을 마구잡이로 꽂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떤 시술가들은 처음부터 마구잡이로 논에다 모를 심듯이 침을 꽂는다. 유능한 침시술가는 단 몇 개의 침으로 또는 단 몇 개의 경혈에 침을 놓아 소기의 목적을 달성시킨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렇게나 경혈을 취혈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질병마다 치료 효과가 확실히 예측되는 경혈을 취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이렇게 자신있게 취혈하여 시술을 했는데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또 다른 취혈법으로 침을 놓는다든가, 아니면 침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환자의 몸에다 여기저기 마구잡이로 침을 꽂아 환자를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거나 병이 더 깊어지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내가 처음에 삼오침법을 고안해 냈을 때는 방금 설명한 것처럼 침의 숫자나 경혈의 숫자를 세 개 내지 다섯 개로 한다는 점에서 발상이 됐으며, 경혈의 숫자를 세 개 또는 다섯 개로 취혈할 경우 양경락의 경혈과 음경락의 경혈을 조화롭게 배혈해야 한다는 원칙도 정하고 있었다. 일단은 지금까지 설명했던대로 몇 개의 원칙을 삼오침법의 개략적인 골자로 정했다. 그리고 나는 삼오침법의 완성단계를 죽 구상해 오다가 미국을 다녀오면서 삼오침의 골격을 수정할 수 있는 내용들을 취합할 수 있었다. 그동안의 임상경험들을 토대로 하여 신보선만의 삼오침법이 틀을 갖추게 되었다고나 할까?
수정된 삼오침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삼오라는 숫자가 의미하듯이 세 개와 다섯 개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삼오의 숫자에는 경혈의 수만을 의미한다. 달리 말하면 침의 숫자는 무시를 하는 것이다. 종전에는 삼오라는 숫자에 침의 갯수가 될 수도 있으며, 경혈의 갯수도 될 수가 있었다. 예를 들어 두통에 삼오침법으로 침을 놓을 경우, 침 세 개만을 꽂아서 치료 효과를 내게 하는 것이다. 백회에 하나와 양쪽 태충에 두 개, 이렇게 해서 침의 숫자가 세 개가 되는 것이다. 경혈의 숫자는 두 개밖에 안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경우는 침 세 개로 자침을 했으니까 삼오침법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헷갈리기 쉬워서 경혈의 숫자로 못을 박아버렸다. 경혈의 숫자만을 삼오침으로 하되 세 개의 경혈을 한 조로, 다섯 개의 경혈을 또 한 조로 세팅하여 침을 놓는 것이다.
예를 들어 두통에 침을 놓을 경우 세 개의 경혈을 인근취혈하여 자침한다. 백회, 풍지, 통천이 한 조가 되어 인근취혈한 것이며, 다섯 개의 경혈은 원격취혈을 하는 것이다. 합곡, 태충, 족삼리, 내관, 현종이 원격의 한 조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다섯 개의 원위부 경혈에 침을 놓을 경우는 네 개의 경혈에는 침을 교차로 꽂아야 한다. 가령 합곡과 태충은 우측의 합곡과, 좌측의 태충을, 족삼리, 내관은 좌측 내관과 우측 족삼리에 취혈을 한다. 인근취혈이나 원격취혈은 시술자가 가장 특효하다고 생각되는 경혈을 취혈하여 자침을 한다. 두통의 경우는 자율신경계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조금 전과 같은 삼오침의 원칙에 따라 취혈한 것이며, 허리나 어깨, 무릎, 손목과 같은 곳은 삼오침을 다르게 적용한다.
예를 들어 어깨의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다섯 개의 경혈은 14경락에 배속되어 있는 경혈들을 취혈하여 한 조로 하고, 세 개는 경혈과는 무관한 통증을 유발시킨 포인트를 찾아서 한 조로 하여 자침을 한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경혈과 상관없는 통증을 유발시킨 포인트를 정확히 찾아내야 하며, 정확하게 찾아낸 포인트에 침을 꽂기 위해서는 통증을 유발시킨 포인트의 깊이에 따라 침을 꽂는 깊이나 각도가 달라져야 하며, 자침 후에는 반드시 어떠한 형식으로든 수기법을 통한 자극이 가해져야 한다. 이런 식으로 시술을 하게 되면 치료 효과는 놀라울 정도여서 나만의 비법이 되어 버렸다.
어깨통증의 환자는 견관절 주위에 통증이 있다고 호소를 한다. 그러나 통증을 유발시킨 포인트는 어깨의 주위에 있을 수도 있지만 전혀 엉뚱한 곳에 있을 수도 있다. 어깨관절의 손상으로 통증이 왔다면 통증을 유발시킨 포인트는 어깨관절이 아닌 다른 곳에 존재한다. 이 포인트를 유해자극수용체 또는 통각수용체라고 한다. 이 수용체는 A델타라는 신경섬유 또는 C 섬유의 신경섬유들이 있는 곳으로써, 어깨관절이 손상되면 이들 섬유들이 활성화가 되어 척수로 통각신호를 보낸다. 척수에 도달한 신호는 이곳에서 중간 뉴런으로 중계되고, 중간 뉴런은 뇌의 시상으로 향하는 2차뉴런과 시냅스를 이루어 통각신호를 시상으로 보낸다. 시상은 최고의 정보분석기관인 대뇌피질로 척수에서 올라온 통각신호를 보낼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한 후 웬만하면 3차 뉴런을 통해 대뇌피질로 신호를 보내며, 대뇌피질은 척수에서 올라온 통각신호를 분석하여 손상된 어깨관절에서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신호를 보내게 된다. 침으로 통증을 유발시키게 한 포인트를 자극시켜 주면 척수에서의 대뇌피질로 올라가는 통각신호를 차단시켜 대뇌가 통증신호를 내려보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침시술사는 통증을 유발시키는 유해자극수용체 또는 통각수용체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허리의 통증을 치료하는 과정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이것이 <신보선의 삼오침>이며, 신보선만이 가지고 있는 침술일 수도 있다.
[출처] 신보선의 삼오침(三五鍼)|작성자 침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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