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뜸의학

침은 나의 혼(魂)

목눌인 2011. 7. 24. 20:01

침은 나의 혼(魂) 현대침의학

2010/04/18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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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동부지역에서는 꽃가루가 날리는 봄철이면 알레르기 환자들이 무척 많아진다고 한다. 대체로 4, 5, 6월에 온갖 꽃들이 피고 질 때 날아다니는 꽃가루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고초열을 동반하는 비염, 각막염, 호흡기질환, 피부발진 등의 알레르기를 유발시킨다고 한다.

미국은 도로와 잔디로 뒤덮인 운동장, 건물이 있는 공간 외에는 아름드리 나무들로 숲을 이루고 있다. 도로의 중앙 분리대나 도로가에도 커다란 나무들이 심어져 있으며, 건물과 건물 사이사이에도 어김없이 나무들이 빼곡하게 숲을 이루어 건물들을 가리고 있다. 이렇게 커다란 나무들 중에는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나무도 많이 있다. 지금 이런 나무들 중에 몇몇 나무들로부터 노란색의 꽃가루가 방출되기 시작했다. 날아다니는 꽃가루의 모양이 한국에서 보았던 소나무에서 날리는 꽃가루와 흡사하며, 공중으로 날아다니는 꽃가루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자동차들이 노란색의 꽃가루로 도포가 되어 있을 정도이다. 이러니 많은 사람들이 꽃가루로 인한 알레르기에 노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알레르기라고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민 와서 매년 봄철이면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교포들도 많다고 한다.

 

꽃가루에 의한 알레르기는 꽃가루에 포함된 단백질이 우리 몸속의 면역세포를 자극하여 과다의 항체가 나옴으로 인해 생기는 증상이다. 원래 면역계가 정상적이라면 꽃가루의 단백질을 이물질로 여기지 않는 관용성을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림프세포 중 B세포가 꽃가루의 단백질을 이물질 또는 병원균이라는 항원으로 인식하여 IgE라는 항체를 과다하게 분비하게 된다. 과다 분비된 IgE 항체는 전신에 퍼져 있는 비만세포를 자극하여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을 분비케 하여 모세혈관의 투과성을 높여 모세혈관으로부터 단백질이나 백혈구, 수분 등이 빠져나와 염증을 유발시키게 된다. 이러한 염증이 주로 코의 점막이나 눈의 점막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비염과 각막염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꽃가루가 가지고 있는 단백질이 우리의 몸속으로 들어와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면역계가 쓸데없이 대응을 하여 비정상적인 염증반응을 일으켜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면역계의 적절치 못한 대응에 대하여 면역학자들은 ‘과민반응’이라고 한다.

 

꽃가루에 의한 알레르기로 고생을 하고 있는 환자들의 증상을 지켜보면 감기증상과 비슷하다. 마치 감기를 유발시키는 바이러스나 독감을 유발시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체내로 침투하면 면역계가 대응을 해서 염증이 나타나는 것과 똑 같은 현상인 것이다.

꽃가루나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 단백질(우유, 고등어, 땅콩, 돼지고기)에 대해서 과민반응이 나타나는 것은 항체를 만들어 내는 단백질을 지시하는 유전자의 결함 때문이다. 즉 알레르기성 체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유전적인 요인이 있다는 말이다.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면역세포들은 이들 세포들이 조혈세포로부터 분화가 시작 될 때부터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기가 아닌 것과 자기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철저한 트레이닝을 거친 후 요소요소에 배치되거나 혈관의 안팎을 드나들면서 감시의 업무를 수행한다. 그래서 자기가 아닌 이물질이나 병원균 같은 항원이 발견되면 면역반응을 일으켜 완벽하게 제거를 하게 된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지만, 신장이 못 쓰게 되어 건강한 사람의 신장을 이식할 경우 면역계는 이를 이물질로 여겨 제거하려는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런 골치 아픈 현상에 대해 의사들은 면역억제제를 투여하여 면역세포들을 무력화해서 신장을 이식하려고 하는 것이다.

한편, 면역계는 자기가 아닌 이물질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꼭 필요로 하는 영양물질에 대해서는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관용’에 대해서도 훈련을 받는다. 우리가 섭취하는 영양물질에 대해서도 면역반응을 일으키게 되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 영양물질들이 체내로 들어오더라도 적당히 눈감아 주는 식의 ‘관용’을 행사할 수 있는 행동지침이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봄철에 날아다니는 꽃가루 같은 항원물질이 체내로 침투하더라도 정상적인 면역계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관용의 대상이 되어 알레르기를 유발시키는 알레르겐으로 작용하지 않는 것이다. 꽃가루로 인한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들이라면 자신의 면역계가 정상이 아니며 동시에 그 증상은 대개는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서 작용할 경우가 다분하다. 알레르기의 체질이 비정상적인 면역계라 해서 크게 염려할 일은 아니다. 꽃가루가 날리는 봄철이 지나가면 아무 문제가 없으니까 말이다.

 

꽃가루가 가지고 있는 단백질이 알레르기성 체질의 사람들에게 알레르겐으로 작용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알레르기성 체질이 아닌 정상적인 면역시스템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알레르기와 같은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럴 경우는 그 사람이 알레르기성 체질 때문이 아닌 꽃가루에 묻어 있는 병원성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면역계의 정상적인 염증반응이 나타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알레르기와는 상관이 없는 감기이거나 독감의 증상이라는 이야기이다. 꽃가루가 날리는 봄철에 알레르기와 비슷한 증상을 겪는다고 해서 알레르기성 체질로 속단하지 말라는 말이다. 의사의 정확한 진단을 통해서 감기인지 알레르기인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닥터 김의 병원에 몇 사람의 알레르기 환자가 다녀갔다. 그들 모두의 공통적인 증상은 코가 꽉 막혀 있는 것이며, 밤에 증상이 심해 잠을 못 잘 정도라고 한다. 알레르기 환자들이 침 치료를 받기 위해 닥터 김의 병원을 찾게 된 것은 닥터 김의 아이디어로 ‘알레르기를 침으로 고칠 수 있다’라는 전단지를 만들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쇼핑 몰 같은 곳에서 살포를 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는 꽃가루로 인한 알레르기 환자가 별로 없었으므로 나로서는 알레르기 환자에 대한 침 치료의 경험이 전혀 없었다. 내가 있는 미국 동부지역의 중국계 한의사들이 꽃가루가 날리는 봄철에 알레르기 환자들을 상대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걸 닥터 김이 설명해주면서, 우리도 알레르기 환자들을 유치하여 침 치료를 해보자고 한 데서 전단지를 살포했던 것이다. 닥터 김의 설명에 의하면 뉴욕의 어느 중국계 한의사는 침 한방으로 모든 알레르기 환자들의 불편한 증상을 뚝 그치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증상이 멈추면 영구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고 한철은 무사히 넘어간다고 한다. 그래서 뉴욕의 중국계 한의사들이 있는 곳이라면 알레르기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는 것이다.

 

처음에 알레르기 환자들을 유치하여 침 치료를 해보자는 닥터 김의 제의에 좀 난감했었다. 왜냐하면 알레르기를 치료해 본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침 한 방으로 알레르기 증상을 뚝 그치게 했다는 침 치료에 대해 닥터 김은 확신을 가지고 있었으며, 내가 그렇게 할 수 있게 되기를 상당히 기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닥터 김의 의지가 너무 완강했고, 그렇게 해야 만이 닥터 김의 병원이 살 수 있는 길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알레르기를 침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기전을 두고 골똘히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나 자신이 감기에 걸리게 되면 침을 놓아서 해결한 경우가 대단히 많았다. 감기는 면역계의 반응에 의해 생겨난 염증이기 때문에 알레르기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당연히 침으로 자극해야할 침 자리도 감기에 걸렸을 때와 같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우리가 살포한 전단지의 홍보효과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랍계 미국인 부부가 전단지를 보고 찾아왔었다. 그들은 어린 아이들을 3형제나 데리고 왔는데 아이들은 멀쩡했고 이들 부부는 코가 막힌 것을 가장 불편해 했다. 아이들이 진료실을 왔다갔다하는 와중에 정신이 없는 가운데에서 두 부부를 침상에 눕혀놓고 자침을 했다. 이들 부부 역시 난생 처음 맞아보는 침을 고통스러워했다. 30분 유침 후 발침하고는 앞으로 3일을 계속해서 침을 더 맞아야 함을 주지시킨 다음 돌아가게 했다.

그들이 침 맞았던 날이 토요일이라 일요일을 쉬고 월요일 저녁 늦게 두 번째로 침을 맞기 위해 병원을 내원했다. 토요일에 침 치료를 받은 결과를 물어보니 별로 효과를 못 본 듯한 눈치였다. 다시 침 치료를 한 후 코가 막힌 상태를 보니 많이 호전된 듯했다. 그들을 되돌려 보내면서 두 번을 더 오라고 당부했으나 그 이튿날 그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닥터 김에게 전화를 넣어보라고 했다. 통화를 끝낸 후 닥터 김은 “효과도 별로 없는 것 같고 침 맞는 것이 너무 아프다”라는 그들의 말을 나에게 전해주었다.

 

닥터 김과 병원의 문을 연지 45일이 지나가는 동안 많은 환자들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이 침 맞는 것이 아프다며 침 치료받기를 포기해 버렸거나 아니면 두, 세번의 침을 맞고는 효과가 없다며 더 이상 침을 맞기 위해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닥터 김과 나는 침 치료를 놓고 한 바탕의 설전을 벌여야 했다. 다른 방법을 동원해 보자는 둥, 침을 약하게 놓아야 하지 않겠냐는 둥...

침 맞는 것이 아프다고 하는 환자들은 침을 어떤 식으로 자극을 하게 되더라도 그들은 아파한다. 닥터 김은 내가 환자들에게 너무 강하게 침을 놓는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아무런 느낌도 없이 날카로운 침을 살갗으로 찔러 넣는다는 게 가능할까? 그래서 닥터 김은 사혈요법을, 또는 뜸요법을 동원하자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침이 아닌 다른 것으로 치료할 수는 없다. 내가 침술을 연구하는 데 들인 공이며, 시간을 생각한다면, 그러므로 침술의 치료기전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확고부동한 확신을 갖고 있는 한, 나는 침이 아닌 다른 수단의 치료는 생각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침이란 나의 혼과 같다.

 

나는 미국에 와서 나에게 침을 맞았던 사람들이 아프다거나 효과가 없다고 불평을 하는 걸 보면서 미국은 침술의 불모지대나 다름없음을 실감을 하고 있다. 침 한방으로 그들이 앓고 있는 질병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과 침으로 자극할 때 어느 정도의 통증을 감수하려들지 않는다는 점은 침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며 그 사실을 모른 채 섣불리 미국으로 건너온 자체가 잘못된 일이었다.

알레르기가 되었든 아니면 몸을 불편하게 하는 다른 어떤 질병이든 간에 침으로 자극하게 되면 체내에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치유반응들이 나타나게 되는데, 그 치유반응들에 의해 자연치유가 되기까지는 적어도 며칠에서 몇 개월이 걸릴 수가 있는 일을 조급한 사람들은 침 한방 맞고 고질적으로 앓았던 병을 한 순간에 낫기를 바라고 있으니 내가 이런 사람들을 상대로 어떻게 침을 놓겠느냐는 말이다. 급성병이라고 할 수 있는 알레르기 또한 적어도 정상적인 면역세포들에 의해 과민반응을 일으킨 비정상적인 면역세포들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며칠이 지나야 한다. 그래서 앞에서 말했던 아랍계 미국인 부부들에게 4, 5회 정도는 침을 맞아야한다고 했던 것이다.

 

파키스탄이 조국이라는 또 다른 미국인은 나에게 8회에 걸쳐 침을 맞고 사우스캐롤라이나로 이사를 갔다. 그는 72세의 나이로 심리학 박사, 경제학 박사 등으로 사회생활을 하다가 은퇴한 노인으로서 종교, 전통의학 등에서도 상당한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 닥터 김 병원의 바로 옆병원 원장인 닥터 피쉬라는 척추전문의가 그를 우리에게 보내 침을 맞게 되었는데, 그는 미국에 살면서 30년 동안 여기저기를 다니며 침을 맞아보았지만 나처럼 침을 정확하게 놓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고, 내가 침으로 자극할 때의 침감은 그 어느 누구에게서도 경험하지 못했다면서 그가 나에게 침을 맞을 때마다 서툰 한국말로 “사부, 감사 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라는 말로 나를 유쾌하게 해주곤 했다. 그는 하루라도 더 나에게 침을 맞고 싶어서 사우스캐롤라이나로 떠나는 날까지 침을 맞았으며 그곳에 가서도 몸이 불편하게 되면 비행기로 날아오겠다는 말을 남긴 채 떠났다.

침의 자극이 체내의 생리적인 기능의 전반에 걸쳐서 바람직스러운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는 침술치료의 기전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사람만이 제대로 된 침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며, 나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나의 혼을 쏟아부울 수가 있다.

[출처] 침은 나의 혼(魂)|작성자 침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