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식물

아름다운 우리 꽃(가을꽃 사진 50종)

목눌인 2012. 11. 19. 13:50

아름다운 우리 꽃(가을꽃50종류)  야생화사진

2012/10/0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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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뷰어


수리취.

 

가을 정취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가을꽃'입니다. 가볍게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가녀린 몸을 흔들며 유혹하던 '가을꽃'의 화려한 자태를 산행할 때마다 카메라 렌즈에 부지런히 담아서 그 중 가장 아름다운 가을꽃 100종을 선별하여 사진과 글을 연재하며 실어왔습니다. 그 중 가을꽃 사진 50종을 최종 선별해 정리하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수리취.

 

사스레피나무 잎새 위에
달이 떠있다
밤벌레들의 울음소리에
찬바람도 굴피나무에 안겨서 운다
내 영혼도 괜시리
아편복용자처럼 울고 싶었다
몸을 떨며
밤을 지새운 건
꽃이었던가 풀벌레였던가
그리운 한 사람아
핏빛으로 붉게 물든
떨어진 나뭇잎 하나를 주워서
너에게 유서 같은 편지를 쓴다
괴로워한 시간만큼
가슴 깊이 못 박힌 이름이여
사랑한다 사랑한다
입술이 터지도록 외쳐대면
내 마음 기슭에 타던 사랑
다시 불지를 수 있을까
가을엔 아편복용자처럼 꼭꼭 숨어
유서 같은 시를 쓰며
내 영혼 괜시리 울고만 싶었다

 

졸시 '내 영혼 괜시리 울고만 싶었다' 전문

 

 

까실쑥부쟁이.

 

해마다 가을이 되면 산길에 하얗게 뒤덮은 구절초와 가을의 전령사 쑥부쟁이, 그리고 달콤한 향기에 취하게 하는 산국과 감국, 바닷가 절벽에 매달려 핀 해국 등의 가을꽃은 보는 이를 하여금 그 아름다움에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꽃 사이를 부지런히 날아다니는 꿀벌처럼 저 역시 부지런히 가을꽃 사이를 오가며 카메라 렌즈에 담았습니다. 사진이 너무 많아 선별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절정의 가을을 맞이해 '가을꽃의 향연'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었습니다.

 

 

 

해국.

 

해국은 바닷가에서 자라는 국화입니다. 매서운 바람과 맞서며 척박한 바위틈에 뿌리를 박고 자랍니다. 얼마나 장하고 고맙고 대견한 꽃인지 모릅니다. 풀숲에 숨어 피는 꽃, 바위에 등을 기대어 피는 꽃, 보기만 해도 아찔한 위태위태한 절벽에 자리를 잡고 피는 꽃. 어찌 해국뿐이겠습니까? 척박하고 힘든 환경을 이겨내고 꽃을 피운 것들은 모두 다 장하고 대견합니다.

 

 



소경불알.

 

한 걸음 한 걸음 산길을 걸을 때마다 들이마시는 숨에서 피톤치드가 묻어 듭니다. 피톤치드는 식물을 의미하는 피톤과 살균을 의미하는 치드를 합친 말로 풀꽃과 나무들이 뿜어내는 향기입니다. 이 향기는 가을이 되면 더욱 강해지는데, 이것을 마시거나 피부에 접촉하면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소경불알.

 

 



당잔대.

 

풀도 없고 나무도 없는 곳을 도심지를 걷다 산속을 거닐면 기분이 상쾌해지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진한 그리움이 몰려드는 가을 산길을 걷다 가을꽃이 피어 있을 때, 그 아름다운 풍경에 눈이 즐겁고 그 향기에 코가 즐겁고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합니다.

 

 



촛대승마.

 

산길을 걷다 길을 버리고 풀숲을 헤치며 걷습니다. 풀숲에는 야생의 작은 풀꽃들이 이리저리 몸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저도 풀꽃처럼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풀꽃 흉내를 내니 공중에서 이를 지켜본 새 한 마리가 까르르 웃으며 지나갔습니다.

 

 

 

물매화.

 

물매화, 꽃향유, 감국.... 누가 꽃에게 이토록 예쁜 이름을 달아주었을까요?

 

 



조밥나물.

 

 

10월 어느 날 하루쯤은 온종일 홀로 턱을 괴이고 앉아
흐르는 저 꽃구름이나 조용히 쳐다보면서
그리운 그대 한 사람
온종일 그리워하며
손 부르트도록 가을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그리운 그대 한 사람의 이름
조용조용히 불러보면서
어쩌면 그대보다 부끄럼 많은
저 시월 붉게 물든 가을 숲길을
온종일 나 홀로 짐승처럼 헉헉거리며
두 발이 짓물러 터지도록 미친 듯이 거닐고 싶습니다.

아아 시월 어느 날 하루쯤은
저 내리쬐는 가을볕에
지는 잎처럼 노곤히 쓰러져 누워
내 온몸 붉은 가을볕에 물들이며
그리운 그대 온몸으로 그리워하다가
한 마리 딱정벌레처럼 몸 웅크리며
뜨겁게 뜨겁게 그댈 위해
나직나직한 목소리로 기도하고 싶습니다.

 
졸시 '가을 편지' 전문.

 

꽃향유.

 

입이 무뎌 꽃이 어떻다고 감동적으로 표현하지는 못하고 꽃에 대해 능숙하게 표현하지는 못해도 꽃은 바라만 봐도 좋고 풀숲에 피는 자연의 오묘함이 좋아서 나는 시간날 때마다 산을 오르며 내 유일한 꽃 친구를 만나러 갑니다. 

 

 



산구절초.

 

풀꽃을 가만히 살펴보면 풀꽃마다 색깔과 모양이 다르고 하루하루 조금씩 변합니다. 이 꽃이 피면 저 꽃이 지고, 저 꽃이 지면 이 꽃이 새롭게 핍니다. 우리 산야에 피는 이런 아름다운 들꽃의 정취는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고마운 선물입니다. 가을의 전령사 구절초가 화사함을 뽐내며 알싸한 향기를 바람에 실어 보내느라 바쁩니다. 그 꽃에 앉아 열심히 꿀을 빠는 꿀벌 한 마리.

 

 



산구절초.


구절초는 5월 단오가 되면 마디가 다섯이 되고 9월 9일이면 아홉 마디가 되는데 꽃을 잘라 쓴다고 해서 구절초란 이름이 유래하였습니다. 구절초 향기가 잔잔히 부는 바람에 실려오면 온몸에 들국화 꽃물이 배어들 것만 같습니다.

 

 



산비장이.

 

청량한 산길을 걸으며 자연의 고마움을 온몸으로 느끼며 그 주인공들을 눈으로 담고, 코로 담고, 가슴으로 담고, 마음으로 담습니다. 그래도 다 담아내지 못하면 카메라를 꺼내 잠시 시간을 멈추게 해 그런 산주인의 모습을 담습니다.

 

 



쑥부쟁이.

 

찰칵찰칵 셔터음이 울리던 그때 부르르 떨리는 꽃의 속살을 보았습니다. 꽃이 부르르 떨자 바람도 떨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내 손도 화르르 떨렸습니다. 


 

 

개쑥부쟁이.

 

개쑥부쟁이는 산길의 주인 격입니다. 어딜 가나 개쑥부쟁이는 이 땅이 내 땅이라는 듯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옛날 대장장이를 불쟁이라고 했지요. 먹을 게 없던 그 시절 불쟁이 딸이 쑥을 뜯어 식구들을 먹였지요. 불쟁이 집 쑥 뜯는 딸이 쑥부쟁이였어요. 그 아이가 죽은 자리에 난 꽃이 바로 이 쑥부쟁이였지요.

 

 

 

벌개미취.

 

들국화 중에는 꽃을 가장 먼저 피우는 쑥부쟁이를 선두로 키큰산국, 구절초, 산국, 감국 등이 차례로 꽃을 피웁니다. 산과 들판에 피는 들국화는 서리가 내릴 때까지 그윽한 향기를 내뿜는데 알싸한 향기는 사람들의 머리를 맑게 할 뿐 아니라, 쌓였던 심신을 맑게 씻겨 내려가게 합니다.

 

 

신감채.

 

 

과남풀.

 

산을 오를 때 꽃망울이 닫혀 있던 과남풀이 내려올 때 살짝 열어주었습니다. 고맙다 과남풀아....다가가 잠시 꽃망울을 바라보다 왠지 가슴이 찡했습니다.

 

 

 


둥근이질풀.

 

 

산오이풀.

 

꽃의 빛깔과 속삭이는 소리는 시시각각 다릅니다. 새벽 산이 다르고 아침 산이 다르고 한낮의 산이 다르듯이, 꽃의 빛깔도 이슬 머금은 아침과 불그레한 오후가 되면 다르고 풀꽃이 전해오는 속삭임도 다릅니다. 자연에 몸을 맡기고 순응하며 살아가는 풀꽃들의 겸손함과 지혜로움을 우리 인간들도 닮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미꾸리낚시.

 

산행하며 청량한 공기와 꽃향기로 몸 안팎을 씻어내면서 '우리 꽃의 아름다움'을 이 가을에 만끽하고, 꽃을 사랑하는 마음도 새록새록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이고들빼기.

 

풀꽃이 가을 햇볕을 쪼다 산길을 걷던 저와 마주쳤습니다. 까딱까딱 마주치는 꽃마다 인사를 합니다. 산의 주인인 꽃을 지나치며 모른척 인사도 하지 않고 지나다니면 산주인에 대한 실례요 무례입니다. 허리를 조금 낮춰 인사하고 여린 꽃잎에 넋을 잃고 바라보는 내 마음 이랑에도 가을 햇살이 내려앉았습니다. 그 이랑에 뀌뚜라미가 가을 노래를 끼얹고 있었습니다.

 

 


미역취.

 

척박한 바위 위에서도 이처럼 튼실하게 꽃을 피운 미역초. 바위 위에서 이렇게 튼실한 꽃을 피우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숫잔대.

 

온실 속의 화초는 바람이 세게 불거나 비가 내리면 꽃대가 꺾이고 꽃잎이 떨어지지만, 하늘과 땅과 숲에서 경쟁 속에서 자라는 들꽃은 스스로 견디는 법을 터득해 강인함을 자랑합니다. 저 작은 들꽃에 비해 나의 삶은 조그마한 기후변화와 환경속에서도 춥다, 덥다, 배고프다, 아프다 소리치는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깨닫으며 꽃을 바라보며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궁궁이.

 

 

이 가을엔 귓볼 붉어지는 이에게로 달려가자

허술한 우리 사랑은 이런 저녁 무렵

저 뒤 뜰 속에 툭툭 떨어지는 붉은 홍시와도 같아서

어느 날 갑자기 제 그리움의 고만한 무게도

스스로 감당키 어렵나니

허술하게 툭 떵어지나니

이 가을엔 귓볼 붉어지는 이에게로 달려가자

 

단풍 잎들도 스스로 제 몸 흔들어서 지는

이 쓸쓸한 가을에

산마루 위로 붉은 노을이 황홀히 타 오르고

잘 익은 세상 사랑들이

오늘 저 하늘에 촉촉히 스며 들었다

아아 이 저녁에 일제히 빛나고 있다

 

이 가을엔 하루의 일들 어서 서둘러 마치고서

탁한 우리 눈빛에도

붉은 홍시처럼 귓볼 붉어지는 이에게로 달려가자

 

졸시 '귓볼 붉어지는 이에게로 달려가자' 전문

 

 



나도송이풀.

 

꽃의 빛깔과 꽃의 속삭이는 소리가 시시각각 틀린다고 노래한 시인이 있었지요. 새벽 산과 아침 산이 다르고 한낮과 저녁 산이 다르듯이 꽃의 빛깔도 오후가 되면 빛깔이 다르고 속삭임도 시시각각 다릅니다. 꽃의 속삭임이라니? 과장한 시적(詩的) 표현이라고 하실 분들도 계실테지요. 식물이 경쾌한 음악을 들으면 잘 자란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것처럼 꽃에게 다가가 눈을 마주치며 도란도란 말을 걸면 꽃도 자신의 속삭임을 여린 꽃잎을 통해 조금씩 들려 줍니다.

 




덩굴박주가리.

 



놋젖가락나물.

 

그냥저냥 지나치던 이름조차 모르던 꽃들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자주 다가가다 보면 자연에 몸을 맡기고 순응하며 살아가는 풀꽃들의 겸손함과 지혜로움을 배우게 됩니다. <내게로 다가온 꽃들>을 쓴 저자 김민수님의 글을 읽어보면 "맨 처음에는 크고 예쁜 꽃들만 보였는데, 나중에는 작은 꽃들, 못생긴 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전에는 전혀 보이지않았던 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은 그만큼 꽃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작은 꽃, 못생긴 꽃이 눈에 들어오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의 가치와 이유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가치와 이유가 보이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한없이 착해집니다.

 

 



투구꽃.

 

초오(草烏)라고도 불리는 투구꽃에 햇빛이 내려앉아 콩콩콩 뛰어 놀고 있습니다. 세상천지가 환해지는 빛을 숲 속에서 받으며 활짝 꽃망울을 터뜨린 투구꽃. 투구꽃은 해마다 조금씩 옆으로 이동하며 자라는데, 올해에 자랐던 덩이뿌리는 썩고 내년에는 그 옆에 있던 뿌리에서 새로운 새싹이 나와 해마다 뿌리 간격만큼 옆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까치고들빼기.



지리고들빼기.

 

빛이 없는 어두운 그늘속에서 날씨가 흐린데다가 늦은 오후 시간에 촬영한 사진이라 사진이 칙칙합니다. 카메라 후레쉬를 터뜨리면 어두운 그늘에서 자라는 아이가 혹시 놀랄까봐 아무리 어두운 장소에서도 후레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제 원칙이지요. 전 꽃쟁이지 사진쟁이가 아니기 때문에 사진에는 전혀 욕심이 없습니다.

  



마주송이풀.

 

습지에 자라는 '마주송이풀'을 만나기 위해 높은 산을 올랐습니다. 제가 가진 렌즈는 구형 105mm여서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야 촛점이 맞습니다. 촛점을 맞출려면 30cm 정도는 뒤로 더 이동해야 하는데 이동한 만큼 습지는 훼손이 있기에 발자국 딱 두 개만 남기고 촬영했습니다. 우리 꽃을 알리고 사랑하자는 목적을 위해 그 도구로 쓰여지는 꽃사진이 오히려 자연이 훼손하는 주범이라면 이런 사진은 아무런 의미가 없겠지요. 사진을 촬영하되 자연 훼손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을 함께 가져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봉선.

 

이 물봉선은 꽃빛깔이 특이하여 촬영했습니다. 잎은 지나간 태풍에 갈기갈기 찢어진 듯 보이는데, 다행히 꽃은 무사하군요. 사진을 촬영하는 도중에 지나가는 등산객들도 "와~ 너무 이쁘다" 칭찬해 주었습니다. 우울해 보이고 쓸쓸해 보이던 꽃이 순간 환해 보였습니다.

 

 


꼬마물봉선.

 

예쁜 꽃, 환장하도록 예쁜 꽃, 산꽃에 미치면 서방 각시 팽개치고 산에 묻혀버린다 했던가요? 아름다운 산꽃, 들꽃을 보면 정말 산에 묻혀버리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듭니다. 풀꽃을 바라보면 자연의 아름다움을 실감하며 새삼 경탄합니다.

 

 

 


거제물봉선.

 



삽주.

 

세상을 아름답게 바꿔 놓는 좁쌀만한 들꽃을 찾아나섭니다. 작디작은 들꽃은 내게 삶의 위로와 기쁨과 행복을 건네는 친구입니다. 

 




좀담배풀.

 



수염며느리밥풀.

 

꽃을 만나러 가는 길은 언제나 마음이 설렙니다. 만나면 정겨움과 반가움이 묻어나는 풀꽃들의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생명의 순환과 우주의 조화를 나타내는 꽃을 사람들께 더 많이 보여주며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며느리밑씻개.

 



양하.

 



층꽃풀.

 



키큰산국.

 

자연의 혜택을 알게 모르게 많이 받고 우리 인간들은 이런 작은 들꽃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합니다. 오래전부터 꽃쟁이가 되어 전국을 누비며 다니는 필자는 풀꽃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척박한 조건속에서 꿋꿋이 꽃을 피우는 모습을 기록하는 작업을 틈틈이 하고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조건에서도 언제나 최선을 다해 꽃을 피워서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의 위로와 기쁨을 건네주는 꽃. 그래서 틈만 나면 꽃을 찾아 기쁨을 얻으러 야생화를 찾아 갑니다.

 

 



흰고려엉겅퀴.

 



돌콩.

 

사계절 우리나라는 매우 다양한 꽃들이 핍니다. 이런 야생화는 비슷한 것이 많아 식물의 이름을 정확하게 동정하는 일은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식물의 핵심적 특징을 사진 속에 담아 나타내려 노력은 하지만 시간에 쫓겨서 그 핵심적 특징을 놓칠 때도 있습니다.

 

 



배풍등.

 

휴식을 취해야 할 시간에 몇 시간의 거리를 달려가 점심도 걸리고 종일 걷는 일은 피곤한 작업입니다. 그러나 이런 고된 작업도 보고 싶은 꽃을 만나면 피로가 저절로 풀리면서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 꽃을 만날 때마다 세상에서 나처럼 행복한 사람이 있는가? 스스로 반문해 봅니다. "아니, 없을 걸....내가 제일 행복해!"

석산.

 

아름다운 야생화가 피어 있는 숲길을 걷는 동안은 눈이 즐겁고 마음이 즐겁습니다. 울창한 숲 사이로 난 산길을 따라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있는 꽃을 만나면 발걸음을 멈추고 땅에 엎드려 자그마한 풀꽃과 눈을 맞춥니다.

 

 



배초향.

 

가느다란 줄기에 보랏빛 꽃을 매달고 살며시 피어난 꽃은 숲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 넣습니다. 한 송이 꽃을 발견하면 긴장을 하며 그 매력에 저절로 빨려들어 꽃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깁니다. 정면에서 담을까, 위에서 아래로 담을까, 아래에서 하늘로 보고 담을까, 좌우로 담을까 잠시 고민을 하다 빠르게 결정을 내립니다. 꽃을 담고나서 또 주변을 다시 한번 더 꼼꼼히 살피게 됩니다.  

 

 

뚝깔.

 

단풍취.

 

인간이 아무리 예술적 능력이 뛰어나 한 폭의 그림으로 표현한다 해도 저 작은 풀꽃 하나처럼 아름다울까? 산행할 때마다 수없이 만나는 풀꽃에 따뜻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나는 삶의 행복을 느낍니다. 자연과 풀꽃에 대한 이런 관심은 자신의 정신적 건강과 육체적 건강을 지키기 위한 좋은 수단이기도 합니다. 인간이 제아무리 심혈을 기울여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만든다 해도 저 작은 들꽃 한 송이 보다 아름다울까, 감동적일까? 

 

 


산박하.

 

발길 닿는 곳마다 생기를 불어넣는 꽃...가을꽃은 아름답고 화려합니다. 아니 눈이 부십니다. 화사한 꽃 무더기 바람에 실려오는 꽃향기에 마음 황홀하였습니다. 꽃향기는 달콤합니다. 분주히 발걸음을 옮기며 코를 킁킁거리며 산길을 걸었습니다.

 

 


섬쥐깨풀.

 

길 양쪽에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린 절정의 가을 산길은 화려하고 몽환적입니다. 그 풍경에 온통 마음 빼앗겨 내가 꽃을 촬영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렸습니다. 꽃밭에 묻혀 있는 느낌, 한 폭의 수채화를 감상하는 착각에 빠지며 그 풍경에 취하고 말았습니다.

  

 



가는오이풀.



층층잔대.

 

 

천지 간에 꽃입니다

눈 가고 마음 가고

발길 닿은 곳마다 꽃입니다.

아 눈감는 데까지 따라오며

꽃은 핍니다.

피할 수 없는 이 화사한 아픔...

 

김용택 시인의 '화사한 아픔' 부분.

 

 


골등골나물.

 

"아이고마, 참 곱기도 해라..." 지나가던 등산객이 꽃을 쳐다보며 애간장이 녹는 듯 꽃을 그렇게 표현했습니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길을 걸으며 꽃을 발견하면 걸음을 멈추고 꽃을 바라다보았습니다. 정말 어디를 가나 온 천지가 꽃입니다. 내 눈이 가고 내 마음이 가고 내 발길이 닿는데 마다 꽃은 따라다닙니다. 눈감는 데까지 꽃은 따라오며 피고, 시인의 시처럼 피할 수 없는 화사한 아픔입니다.

 

 

 

향유.

 

나는 이렇게 꽃잎에서 뿜어 나오는 강인한 생명력이 주는 들꽃의 메시지를 통해 내 삶의 희망적 메시지를 함께 읽습니다. 꽃이 내게 던져주는 미소에 나도 미소를 던져주며 사랑을 느끼기도 하고, 꽃의 영롱함 속에 감추진 비밀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이전보다 더 꽃들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산구절초.

 

 

국화 향기가 좋다

갈바람이 살갗을 스칠 때마다

그대에게 편지를 쓴다

꽃향기 속에 숨어 있던 그대의 주소가

들판을 한 바퀴 돌고 왔나 보다

어제부터 편지함에 쌓여 있던

편지들을 열어볼 때마다

이상하게도 모과냄새가 났다

그대가 모과냄새를 묻혀 보낸 것일까

국화 향기가 좋다

이런 날 턱을 괴고 앉아 가만히 떠올려 보는

그리운 그대 생각이 좋다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참 쓸쓸한 일

이 가을은 꽃향기 속에 숨어 있던

그리운 사람의 얼굴 윤곽이 자꾸 흔들린다

상처가 깊고 고통이 클수록

사랑은 더 아름답고 향기로운 것일까

가을 저녁은 다친 사랑들이

전부 노랗게 꽃핀다

시린 사랑들이 힘겹게 꽃피웠을

이 가을 깊은 향기가 좋다

 

졸시 '가을 저녁은 다친 사랑들이' 전문

 

 

2012. 10. 6.

이새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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