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시조

"약해지지 마" /- 인생이 무르녹은 99세 할머니의 시집

목눌인 2013. 2. 4. 16:25

"약해지지 마"  /- 인생이 무르녹은  99세 할머니의 시집 - 


일본의 사바타 도요 할머니(101세), 그는 92세에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해, 99세에 첫 시집 '약해지지마'를 발간하여, 90대에 시인 데뷔라는 사실도 놀랍지만, 시집을 발간한지 단 6개월 만에 70만부가 팔린 엄청난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데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시집 '약해지지 마'가 세상에 탄생함으로 일본 열도는 물론, 한국에도 고령화 사회에 시달리고 있는 노인들에게 많은 위로와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는 1911년 도치기시에서 부유한 가정의 외동딸로 태어나 귀엽게 자랐으나 열 살 무렵 가세가 기울어져 학교를 구만두고, 일본의 전통 료칸(旅館)과 요리점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더부살이를 하였다. 그런 와중에 20대에 결혼과 이혼의 아픔을 겪었고, 33세에 한 요리사와 재혼하여 아들 하나를 낳고, 재봉일 등을 해가며 정직하게 살아왔다.

배운 것도 없이 늘 가난했던 그의 일생. 결혼에 한번 실패했고, 1992년 두 번째 남편과도 사별한 후 20년 가까이 혼자 살면서 너무 힘들어
죽으려고 한 적도 있었지만 그 질곡 같은 인생 100년을 헤쳐 살아오면서 잔잔하게 들려주는 그의 얘기에 사람들은 감동을 먹고 저마다의 삶을
추스르는 힘을 얻게 한다.

그는 우리에게 말한다.
"인생이란 늘 지금부터야. 그리고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난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살아 있어서 좋았어!"
 

< 말 >
무심코 한 말이 얼마나
상처 입히는지 나중에
깨달을 때가 있어
그럴 때 나는 서둘러
그 이의 마음속으로 찾아가
미안합니다 말하면서 지우개와
연필로 말을 고치지 

<저금> 
난 말이지, 사람들이 친절을
베풀면 마음에 저금을 해둬
쓸쓸할 때면 그걸 꺼내
기운을 차리지
너도 지금부터 모아두렴
연금보다 좋단다
 

<하늘> 
외로워지면 하늘을 올려다본다
가족 같은 구름, 지도 같은 구름
술래잡기에 한창인 구름도 있다
모두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해질녘 붉게 물든 구름
깊은 밤 하늘 가득한 별
너도 하늘을 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나> 
침대 머리맡에 항상 놓아두는 것
작은 라디오, 약봉지, 시를 쓰기 위한
노트와 연필 벽에는 달력
날짜 아래 찾아와 주는
도우미의 이름과 시간
빨간 동그라미는 아들 내외가
오는 날입니다
혼자 산 지 열 여덟 해
나는 잘 살고 있습니다

<비밀>
나,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하지만 시를 짓기 시작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를 받아
지금은 우는 소리 하지 않아
아흔 여덟에도 사랑은 하는 거야
꿈도 많아 구름도 타보고 싶은 걸 

<약해지지 마>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 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살아갈 힘> 
나이 아흔을 넘기며 맞는 하루하루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뺨을 어루만지는 바람
친구에게 걸려온 안부전화
집까지 찾아와 주는 사람
제각각 모두 나에게 살아갈
힘을 선물하네
 
<바람과 햇살과 나>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문을 열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따라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사람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그만 고집부리고
편히 가자는 말에
다 같이 웃었던 오후

<화장> 
아들이 초등학생 때
너희 엄마 참 예쁘시다
친구가 말했다고
기쁜 얘기했던 적이 있어
그 후로 정성껏
아흔 일곱 지금도
화장을 하지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어머니> 
돌아가신 어머니처럼
아흔 둘 나이가 되어도
어머니가 그리워

노인 요양원으로
어머니를 찾아 뵐 때마다
돌아오던 길의 괴롭던 마음
오래오래 딸을 배웅하던
어머니
구름이 몰려오던 하늘
바람에 흔들리던 코스모스
지금도 또렷한 기억 

<나에게> 
뚝뚝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눈물이 멈추질 않네
아무리 괴롭고
슬픈 일이 있어도 언제까지
끙끙 앓고만 있으면 안 돼
과감하게 수도꼭지를 비틀어
단숨에 눈물을 흘려 버리는 거야
자, 새 컵으로 커피를 마시자 

<잊는다는 것> 
나이를 먹을 때마다
여러 가지 것들을
잊어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사람 이름 여러 단어
수많은 추억
그걸 외롭다고
여기지 않게 된 건
왜일까
잊어 가는 것의 행복
잊어 가는 것에 대한포기
매미 소리가 들려오네

<너에게> 
못한다고 해서
주눅 들어 있으면 안 돼
나도 96년 동안 못했던 일이
산더미야
부모님께 효도하기
아이들 교육
수많은 배움
하지만 노력은 했어
있는 힘껏 있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닐까
자 일어나서
뭔가를 붙잡는 거야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아침은 올 거야> 
혼자 살겠다고
결정했을 때부터
강한 여성이 되었어
참 많은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주었지
그리고 순수하게 기대는 것도
용기라는 걸 깨달았어
“난 불행해.......”
한숨을 쉬고 있는 당신에게도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틀림없이 아침 해가
비출 거야

"시집 '약해지지 마' 중의 발췌

출쳐=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44276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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