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시조

옛 기생들의 시

목눌인 2013. 1. 16. 15:25

 

 

梨花雨 흩뿌릴 제 

계랑


배꽃 흩어뿌릴 때 울며 잡고 이별한 임
秋風落葉에 저도 날 생각하는가
千里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는구나


지은이 : 계랑(桂娘). 여류시인. 부안의 기생. 성은 이(李) 본명은 향금(香今),
호는 매창(梅窓), 계생(桂生). 시조 및 한시 70여 수가 전하고 있다.

황진이와 비견될 만한 시인으로서 여성다운 정서를 노래한 우수한 시편이 많다.
참 고 : 梨花雨―비처럼 휘날리는 배꽃

 

 

 

送人 (양양 기생)

사랑을 나눈 시냇가에서 임을 보내고
외로이 잔을 들어 하소연할 때
피고 지는 저 꽃 내 뜻 모르니
오지 않는 임을 원망하게 하리

弄珠灘上魂欲
獨把離懷寄酒樽
無限烟花不留意
忍敎芳草怨王孫

지은이 : 영양 기생
참 고 : 농주(弄珠)―연인과 함께 사랑을 속삭임. 
 

 

 
傷春 (계 생)

이것은 봄이 감을 슬퍼하는 것이 아니고
다만 임을 그리워한 탓이네
티끌같은 세상 괴로움도 많아
외로운 목숨 죽고만 싶네

不是傷春病
只因憶玉郞
塵豈多苦累
孤鶴未歸情

지은이 : 계생(桂生), 혹은 매창(梅窓). 부안 기생.
『매창집(梅窓集)』이 전한다
 

  

 

春愁 (금원)

시냇가의 실버들 유록색 가지
봄시름을 못 이겨 휘늘어지고
꾀꼬리가 꾀꼴꾀꼴 울음 그치지 못하는 것은
임 이별의 슬픔 이기지 못함인가

池邊楊柳綠垂垂
蠟曙春愁若自知
上有黃隱啼未己
不堪趣紂送人時

지은이 : 금원(錦園). 원주 사람. 김시랑, 덕희(金侍郞 德熙)의 소실.
참 고 : 황리(黃麗鳥)―꾀꼬리 
 

 

 

매화

매화 옛등걸에 봄철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음직도 하다마는
춘설이 어지러이 흩날리니 필듯말듯 하여라

梅花 노등걸에 봄졀이 도라오니
노퓌던 柯枝에 픗염즉도 다마
춘설(春雪)이 난분분(亂紛紛) 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지은이 : 매화(梅花). 생몰년 미상, 조선시대 평양 기생.
애절한 연정을 읊은 시조 8수(그중 2수는 불확실함)가
『청구영언』에 전한다. 

 

 

待郞
능운

임 가실 제 달 뜨면 오마시더니
달은 떠도 그 임은 왜 안 오실까
생각해 보니 아마도 임의 곳은
산이 높아 뜨는 달 늦은가 보다

郞去月出來
月出郞不來
相應君在處
山高月出遲


                                지은이 : 능운(凌雲).
                        참 고 : 상응(相應)―생각해 보니
   
  

 

玉屛
취선

마을 하늘은 물이런 듯 맑은 달빛도 푸르구나
지다 남은 잎에 서리가 쌓일 때
긴 주렴 드리우고 혼자서 잠을 자려니
병풍의 원앙새가 부러웁네

洞天如水月蒼蒼
樹葉蕭蕭夜有霜
十二擴簾人獨宿
玉屛還羨繡鴛鴦

지은이 : 취선(翠仙). 호는 설죽(雪竹) 김철손(金哲孫)의 소실.
참 고 : 십이상렴(十二擴簾)―긴 발을 뜻함 

 



선루(仙樓)
일지홍


말은 다락 아래 매어 놓고
이제 가면 언제나 오시려나 은근히 묻네
임 보내려는 때 술도 떨어지고
꽃 지고 새가 슬피 우는구나


駐馬仙樓下
慇懃問後期
離筵樽酒盡
花落鳥啼時

지은이 : 일지홍(一枝紅). 성천(成川)의 기생.
참 고 : 선루(仙樓)―신선이 산다는 다락. 


 

묏버들 가려 꺾어
홍랑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임에게
잠자는 창 밖에 심어 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나거든 나인가

(원본: 고어)
묏버들 갈여 것거 보내노라 님의손
잠 자시는 窓밧긔 심거두고 보쇼셔
밤비예 새닙 곳 나거든 날인가도 너기쇼셔

 



河橋(연희)



은하수 다리에서 견우직녀 이 날 저녁에 만나
옥동에서 다시 슬프게 헤어지네
이 세상에 이 날이 없었더라면
백년을 즐겁게 살아가리


河橋牛女重逢夕
玉洞郞娘恨別時
若使人間無此日
百年相對不相移



지은이 : 연희(蓮喜)


참 고 : 하교(河橋)―은하수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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