破 格 詩
金 炳 淵
天 長 去 無 執 하늘은 높아서 가도가도 잡을 수 없고
천장거무집
(천장에는 거미집 끼고)
花 老 蝶 不 來 꽃이 시드니 나비 날아들지 않도다.
화로접불래
(화로에는 곁불 냄새 나네)
菊 樹 寒 沙 發 국화꽃은 찬 모래밭에 피고
국수한사발
(국수는 한 사발인데)
枝 影 半 從 地 나뭇가지 땅을 향해 반쯤 늘어졌도다.
지영반종지
(지렁이는 반 종지일세)
江 亭 貧 士 過 강가의 정자를 가난한 선비가 지나다가
강정빈사과
(강정과 사과를 빌어 와)
大 醉 伏 松 下 크게 취하여 소나무 아래 엎어졌구나
대취복송하
(대추,복숭아 아래에 놓네)
月 移 山 影 改 달 기울어 산 그림자도 달라지니
월리산영개
(워리! 사냥개는)
通 市 求 利 來 시장을 누비며 돈 벌어 오도다.
통시구리내
(통시 구린내만 풍기네)
♣ 통시 :변소를 말함(지금도 제주에서는 통시라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