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만성병

주위에 암환자 있다면, 이런 말 피해요

목눌인 2022. 2. 2. 21:22

주위에 암환자 있다면, 이런 말 피해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독한 치료 과정을 견뎌내야 하는 암 환자를 제3자가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암 환자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하고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걱정된 마음에서 전하는 말들이 암환자를 배려하지 못한 경우도 의외로 많다. 비현실적인 조언을 하거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등 뜬구름 잡는 식의 낙관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암환자에게 되도록 하지 말아야 할 말들에 대해서 알아본다. 이번 설 명절, 주위에 암환자가 있다면 대화에서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

이겨 낼 수 있어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암환자에게 건네는 위로 중 하나다. 이런 말을 할 때는 이미 암이 많이 진행된 말기 환자에게는 삼가는 것이 좋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이런 위로를 하면 암환자의 심리적 부담감이 생길 수 있다. 암환자는 언제나 강하지 않다. 암과의 싸움에 지쳐 약해질 수밖에 없는 암환자에게 공감이 되는 위로가 아니다. 듣기만 좋은 위로 대신, 환자의 상태나 기분에 공감하는 표현을 쓰는 게 좋다.

불행 중 다행이야

암환자라고 해서 모두 항암치료를 받거나 장기 일부를 제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항암치료 등을 받지 않은 암이라고 해서 환자가 느끼는 고통도 적을 것이라 생각해 '불행 중 다행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겉으로 티가 나지 않는다고, 환자가 느끼는 고통도 적을 거라 예상하면 오산. 암 때문에 생기는 여러 가지 신체적 증상뿐 아니라 암에 걸렸다는 심리적 고통이 무엇보다 큰 상태일 수 있다.

건강했는데 왜?

이미 암 확진을 받은 암 환자에게, 왜 암이 생겼냐고 묻는 건 좋은 반응이 아니다. 건강했던 사람이 왜 암에 걸렸느냐고 물음으로써 환자에게 이 질병의 책임을 묻는 말이 된다. 물론 그럴 의도가 없겠지만 원인을 물어보는 것으로 들려 환자의 마음에 짐을 지우게 된다. 암 발병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고 다양하다. 원인을 묻는답시고 암환자의 생활습관 등을 탓하는 등의 말도 조심해야 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괜찮을거야',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등의 말은 우리가 쉽게 하는 말 중에 하나다. 하지만 이런 말들은 암환자에게 이 상황을 겪어본 적도 없는 사람의 뜬구름 잡는 소리같이 들린다. 물론 긍정적인 자세는 암 환자의 호전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강요된 '낙관주의'는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 말하는 그대로의 고통을 들어주는 자세가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주위에 다른 암환자는 너보다 더 심했어

괜히 위로해준답시고 다른 암환자와 비교하는 경우도 많다. 암환자는 사정과 상태는 다 다르고, 본인이 느끼는 충격과 고통 정도도 다르기 때문에 어떤 비교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 환자에게 더 큰 마음의 짐을 지울 뿐이다. 명심해야 한다. 이들은 누가누가 더 아픈지 암 경주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섣불리 주위의 암환자를 예로 들며 비교하진 말아야 한다.

누가 뭐 먹고 암이 다 나았대!

똑같은 암종이라고 해도 환자들에게 다 다르게 나타난다. 암 치료법이 있다고 해서 모든 같은 종 암환자에게 똑같이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주변에 있는 암 환자의 사연이나 대안 치료법을 접하고 암환자에게 전달하는 것은 자칫 맞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그 말을 듣고 따라 했다가 실질적인 효능이 없다면, 시간과 비용만 낭비하게 된다. 만약 환자가 관심 있어 할 정보를 알고 있다면, 함께 알아보자고 그 말이 정확한지 등 정보 파악에 도움을 준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낫다.

암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건?

암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싶으면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해주는 게 좋다. 가령 정기적으로 반찬거리를 만들어주거나, 환자가 돌봐야 하는 일이 있거나 사람이 있다면 대신 날을 잡아 보살펴주는 일 등이다. '함께 이겨 내자'며 곁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 도움이 될 때도 있다. 환자가 지쳐 울고 싶어 할 땐 어깨를 내어주고, 환자 자신이 스스로를 가엾게 여기도록 놔두어도 괜찮다. 가장 중요한 건, 환자를 겉으로 위하는 척만 하지 않고 진정으로 보살펴주는 것이다.

정희은 기자 (eun@kor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