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시조

서산대사의 해탈시

목눌인 2012. 9. 12. 15:11

인 생(人生 )

 

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군고
출세하기 싫은 사람 누군고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군고
흉허물 없는 사람 어디있겠소

 

가난하다 서러워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배웠다 주눅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것 많다 유세 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소리 치지말고
명예 얻었다 목에 힘주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잠시 잠깐 다니러 온 이세상
있고 없음을 편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하지 말고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나 가세
다 바람같은 거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순간이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커도 비바람이라오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 일 뿐이오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뒤에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다 바람이라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오
줄게 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뭐하노
내 것도 아닌데...
삶도 내것이라 하지마소
잠시 머물러 가는 것일 뿐인데 묶어둔다
그냥있겠소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그저 부질 없는 욕심일 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번 못 피고
인생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그리 잘났다고 남의 것 탐내시오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하늘도 있지 않소
낮과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게 있소
살다보면 기쁜일도 슬픈일도 있다마는
잠시 대역 연기하는 것일 뿐
슬픈표정 짓는다 하여 뭐 달라지는게 있소
기쁜표정 짓는다 하여 모든게 기쁜 것만은 아니오

 

내인생은 내인생 뭐 별거랍니까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소
그렇게 사는 겁니다

 

삶이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서산대사 해탈시( 解脫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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