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시조

[스크랩] 논개(論介)의 애인이 되어서 그의 묘에

목눌인 2011. 8. 19. 14:00
♣ 논개(論介)의 애인이 되어서 그의 묘에 ♣

-한용운 님의시-



-논개영정-

-진주 촉석루-

-논개 왜장과 빠져죽은 의암-

-의암사적비-
 
논개 출생과 가문
전라도 지역의 역사서들은 
논개를 장수군 태생(1574~1593)임을 강조하였다. 
논개의 성은 朱氏이며, 
본관은 신안이다. 부는 주달문, 
모는 함양박씨, 숙부는 주달무라 한다. 
주달문은 한학에 밝았고, 향리에서 청년 
자제들의 훈학에 종사한 선비였다고 한다. 
1846년 조정은 논개의 출생지를 기념하기 위해 
장수현에矗石義妓論介生長鄕竪名碑」를 설립하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논개의 출생지를 더욱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는데, 계내면 대곡리 주촌이 유력해 보인다.
 
 
  논개의 애인이 되어서 그의 묘에 
  한용운
 
 
낮과 밤으로 흐르고 흐르는 남강은 가지 않습니다.
바람과 비에 우두커니 섰는 촉석루는 살 같은 
광음(光陰)을 따라서 달음질칩니다.
논개여,
나에게 울음과 웃음을 동시에 주는 사랑하는 논개여.
그대는 조선의 무덤 가운데 피었던 좋은 꽃의 하나이다.
그래 그 향기는 썩지 않는다.
나는 시인으로 그대의 애인이 되었노라.
그대는 어디 있느뇨.
죽지 않은 그대가 이 세상에는 없구나.
나는 황금의 칼에 베어진,
꽃과 같이 향기롭고 애처로운 그대의 
당년(當年)을 회상한다. 술 향기에 목마친 
고요한 노래는 옥(獄)에 묻힌 썩은 칼을 울렸다.
춤추는 소매를 안고 도는 무서운 찬바람은 
귀신 나라의 꽃수풀을 거쳐서 
떨어지는 해를 얼렸다.
가냘픈 그대의 마음은 비록 침착하였지만 
떨리는 것 보다도 더욱 무서웠다.
아름답고 무독(無毒)한 그대의 눈은 
비웃었지만 우는 것보다도 
더욱 슬펐다.
붉은 듯하다가 푸르고 푸른 듯하다가 희어지며,
가늘게 떨리는 그대의 입술은 
웃음의 조운(朝雲)이냐,
울음의 모우(母雨)이냐, 
새벽달의 비밀이냐, 
이슬꽃의 상징이냐.
빠비 같은 그대의 손에 꺾이지 못한 낙화대의 
남은 꽃은 부끄럼에 취하여 얼굴이 붉었다.
옥 같은 그대의 발꿈치에 밟힌 강 언덕의 묵은 
이끼는 교긍(驕矜)에 넘쳐서 푸른 사롱(紗籠)으로 
자기의 제명(題名)을 가리었다.
아아,
나는 그대도 없는 빈 무덤 같은 집을 
그대의 집이라고 부릅니다.
만일 이름뿐이나마 그대의 집도 없으면 
그대의 이름을 불러볼 기회가 
없는 까닭입니다.
나는 꽃을 사랑합니다마는 
그대의 집에 
피어 있는 꽃을 꺾을 수는 없습니다.
그대의 집에 피어 있는 꽃을 꺾으려면 
나의 창자가 먼저 꺾어지는 까닭입니다.
나는 꽃을 사랑합니다마는 그대의 집에 꽃을 
심을 수는 없습니다.그대의 집에 꽃을 심으려면
나의 가슴에 가시가 먼저 심어지는 까닭입니다.
용서하셔요 논개여,
금석(金石) 같은 굳은 언약을 저버린 
것은 그대가 아니요 나입니다.
용서하셔요 논개여,
쓸쓸하고 호젓한 잠자리에 누워서 끼친 한(恨)에 
울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니요 그대입니다.
나의 가슴에 <사랑>의 글자를 황금으로 새겨서 
그대의 사당(祀堂)에 기념비를 세운들 
그대에게 무슨 위로가 되오리까.
나의 노래에 <눈물>의 곡조를 낙인으로 찍어서 
그대의 사당에 제종(祭鐘)을 울린대도 
나에게 무슨 속죄가 되오리까.
나는 다만 그대의 유언대로 그대에게 다하지 못한 
사랑을 영원히 다른 여자에게 주지 아니할 뿐입니다.
그것은 그대의 얼굴과 같이 잊을 수가 없는 
맹세입니다.
용서하셔요 논개여,
그대가 용서하면 
나의 죄는 신에게 참회를 
아니한대도 사라지겠습니다. 
천추(千秋)에 죽지 않는 논개여, 
하루도 살 수 없는 논개여,
그대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이 얼마나 즐거우며 
얼마나 슬프겠는가.
나는 웃음이 겨워서 눈물이 되고,
눈물이 겨워서 웃음이 됩니다.
용서하셔요. 
사랑하는 오오 논개여.
 
출처 : 고향하늘
글쓴이 : 고향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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