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만성병

인슐린에 대한 진실과 오해

목눌인 2016. 11. 22. 10:19

인슐린에 대한 진실과 오해 

인슐린에 대한 진실과 오해

 

인슐린이란?

 

흔히 인슐린이라 하면 당뇨병 환자들이 맞는 주사약으로 생각하지만, 인슐린은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혈당을 내리는 유일한 호르몬이다. 식사 후에 혈액 속에 포도당 농도가 증가하면 이에 반응하여 췌장소도의 베타세포에서 인슐린이 분비되고, 인슐린의 작용으로 혈액 속의 포도당이 세포 속으로 들어가 에너지를 만들거나, 나중에 필요할 때를 대비하여 글리코겐이나 중성지방의 형태로 저장된다.

인슐린이 없으면 혈액 속의 포도당 농도가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우리 몸은 이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당뇨병은 이렇게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혹은 작용이 잘 안 되는 병이므로 인슐린을 당뇨병 치료제로 이용하게 된다.

최초의 인슐린의 발견은 1921년 캐나다의 의학자인 프레데릭 밴팅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는 개의 췌장에서 인슐린을 추출하여 제1형 당뇨병으로 심각한 상태였던 14세의 캐나다 소년 레오나르드 톰슨에게 이를 주사하였다. 두 번의 인슐린 주사로 소년의 건강은 급격히 회복되어 27세까지 생존하였다. 밴팅은 인슐린의 발견으로 19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 이는 업적이 발표된 뒤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수여된 노벨상으로, 인슐린의 발견이 인류 역사상 얼마나 위대하고 중요한 일인지를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인체 내에서 인슐린은 기본적인 양이 하루 종일 분비되며, 음식물을 섭취하면 이에 반응하여 급속히 추가적인 인슐린 분비가 이루어져 혈당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조절된다.

 

인슐린 분비

 

인슐린분비

당뇨병 환자의 치료에 사용되는 인슐린도 인체 내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의 작용을 따라할 수 있도록 작용 시간이 다양한 인슐린이 개발되어 있다. 인슐린은 작용 시간에 따라 속효성 인슐린, 중간형 인슐린, 지속형 인슐린, 혼합형 인슐린으로 나누는데, 중간형 인슐린이나 지속형 인슐린이 기저 인슐린으로, 속효성 인슐린이 식전 인슐린으로 이용된다. 혼합형 인슐린은 사용상의 편의를 위해 중간형 인슐린과 속효성 인슐린을 일정 비율로 미리 혼합하여 만든 인슐린이다.

 

인슐린 제형

작용시작시간

최고작용시간 작용지속시간
속효성 휴마로그 5~15분 30~90분 3~4시간
노보래피드
애피드라
중간형 휴물린 엔 1~4시간 6~10시간 10~16시간
지속형 란투스 1~4시간 - ~24시간
레버미어 1~4시간 - ~24시간
혼합형 휴물린 70/30 30~60분 3~12시간 10~16시간
휴마로그믹스 75/25, 50/50 5~15분 1.5시간 10~16시간
노보믹스 70/30, 50/50 5~15분 1.5시간 10~16시간

 

여러 인슐린 제형의 특징

이상적으로는 지속형 인슐린 하루 한 번과 매 식사 전 속효성 인슐린 주사를 통해 혈당조절을 잘 할 수 있으나, 실제 하루 네 번의 인슐린 주사를 유지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보통 경구혈당강하제와 기저 인슐린을 함께 사용하거나, 혼합형 인슐린을 하루 2~ 3회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인슐린을 혈당조절에 이용하고 있다.

인슐린은 단백질 구조로 되어 있어 경구로 투여하면 분해되어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피하에 주사하게 된다. 따라서 주사에 대한 공포로 인슐린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 패치형, 흡입형, 경구용 인슐린 등 주사제 외의 인슐린도 지속적으로 연구 중이다.

그러나 경구용 인슐린의 경우 개발이 쉽지 않아 현재 임상에서 사용 가능한 경구용 인슐린은 없다. 한편, 흡입형 인슐린의 경우에는 엑수베라가 가장 먼저 승인을 받고 2006년부터 약 1년간 미국에서 시판되었으나, 속효형 인슐린과 비교하여 더 우수하지 않은 약효를 가지면서도 가격이 비싸 판매가 부진했고 이로 인해 시판이 중단되었다. 뿐만 아니라 약제와의 유의한 연관관계는 없었다고 하지만, 일부 흡연력을 가진 환자에서 위약군에 비해 폐암 발생이 더 많았다.

인슐린의 부작용으로는 환자의 식사나 운동량과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고, 체중이 증가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인슐린의 용량은 한계가 없어서 혈당조절이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증량할 수 있으나, 인슐린 용량이 증가할수록 저혈당과 체중증가의 위험이 증가하므로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을 병행하여 최소한의 인슐린으로 혈당조절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슐린은 당뇨병이 심할 때 맞는 주사?

이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혈당조절이 안 될 때는 인슐린만큼 빨리 혈당조절을 할 수 있는 다른 약이 없기 때문이다. 처음 당뇨병을 진단받는 환자들은 당뇨병인지 모르고 오래 지내왔기 때문에 혈당이 매우 높은 경우가 많다. 보통 혈당이 300mg/dL를 훌쩍 넘고 이 때문에 심한 갈증과 다뇨, 탈수가 있고, 흔히 10kg 이상 체중이 감소되면서 기운이 없고 무기력한 상태로 병원에 오게 된다. 이때 인슐린 치료를 하면 혈당이 거의 하루 만에 정상 가까운 수치로 내려가면서 환자를 괴롭히던 모든 증상들이 씻은 듯 사라진다. 이 시기에 인슐린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인슐린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치료해 준 의료진에게도 매우 고마워한다. 기적의 약이라는 말을 함께 실감하는 순간이다.

이렇게 혈당이 많이 높고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인슐린 치료가 필요하다. 경구혈당강하제도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충분한 효과가 나오는 데 최소 1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며, 또한 이렇게 혈당이 높을 때는 그 효과도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런 것을 의학적으로 포도당 독성이라고 하는데, 혈당이 너무 높으면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능이 매우 저하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혈당조절이 개선되면 췌장의 인슐린 분비능도 개선되어 혈당조절이 더욱 수월하게 된다.

대부분의 약은 우리 몸에서 약효를 나타낸 뒤, 간 등에서 대사되어 소변이나 대변을 통해 몸 밖으로 나가게 된다. 그러므로 신장이나 간이 나쁠 때에는 약의 사용에 많은 주의가 필요하며 쓸 수 있는 약이 제한되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인슐린은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약이다. 따라서 신장기능이 안 좋거나 간 기능이 저하된 사람들의 경우 인슐린으로 혈당조절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환자들의 기저 질환이 중증이다 보니, 인슐린은 매우 중한 환자가 쓰는 약제라든지 혹은 인슐린 치료로 환자의 간이나 신장이 망가지는 것이 아닌지 오해를 받는다.

임신 중이나 수유 중 약물의 사용은 매우 조심스러워서 감기에 걸리더라도 약을 쓰지 않고 참고 견디는 경우가 많다. 당뇨병이 있던 여성이 임신을 하거나 임신 중 당뇨병이 발생하면 더 철저한 혈당조절이 필요한데, 이때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유일한 약제가 또한 인슐린이다.

이 외에 수술로 금식을 하게 되는 경우나 폐렴, 요로감염 등 급성 감염 시 혈당이 증가하면 일시적으로 인슐린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인슐린은 심한 당뇨병 환자뿐 아니라, 철저한 혈당 조절이 필요하거나 일반 약제의 사용이 조심스러운 모든 당뇨병 환자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인슐린을 맞으면 몸이 망가진다?

아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인슐린은 어떤 심각한 경우에도 쓸 수 있기 때문에 생긴 오해이며, 인슐린은 주사로 맞아야 하는 불편함과 저혈당의 위험 외에는 비교적 안전하고 효과가 좋은 약이다.

한번 맞으면 평생 맞아야 한다?

인슐린 치료를 시작할 때 대부분의 환자들이 묻는 질문이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고, 인슐린 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인슐린 치료가 계속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인슐린 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경우
· 임신이나 수유 때문에 인슐린 치료를 하는 경우에는 출산하고 수유를 중단하면 경구혈당강하제로 변경할 수 있다.
· 수술이나 감염 등 급성 질환으로 인슐린 치료를 한 경우, 질병이 회복되면 중단할 수 있다.
· 당뇨병의 급성 고혈당성 합병증 때문에 시작한 경우도 그 상태를 벗어나면 중단 가능하다.
· 간기능이나 신기능 이상 때문이라면, 간기능이나 신기능이 좋아지면 안 맞을 수 있다.
· 당뇨병 초기에 혈당이 너무 높은 경우, 일정 기간 인슐린 치료 후 경구혈당강하제로 변경할 수 있다.
인슐린 치료가 계속 필요한 경우
· 제 1 형당뇨병환자 : 제1형 당뇨병은 자가면역 기전 등의 원인으로 췌장에서 인슐린이 생성되지 못해 발생하는 당뇨병이므로 인슐린 외에 다른 치료 약제가 없다. 인슐린 치료를 중단하면 당뇨병성 케톤산증이라는 심각한 급성 합병증으로 생명이 위독하게 된다.
· 제2형 당뇨병 환자 중 경구혈당강하제로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는 경우 : 우리 나라 당뇨병 환자의 대부분은 제2형 당뇨병 환자로, 제2형 당뇨병은 세월이 가면서 췌장의 인슐린 분비능이 점점 감소하고 혈당이 조금씩 증가하는 자연 경과를 보인다. 따라서 열심히 운동하고 식이요법을 하고 약물을 복용해도 많은 환자들이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단계에 도달하게 된다. 이런 경우 시작한 인슐린 치료는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 심한 간 · 신장질환자 : 당뇨병이 만성 질환으로 완치되지 못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간 · 신장질환도 완치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심한 간 · 신장질환으로 인해 인슐린 치료를 하고 있는 환자들은 지속적으로 인슐린 치료가 필요하다.

혈당조절이 점점 개선되면 경구혈당강하제 또는 인슐린 중단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느 시기에 얼마 동안이나 중단할 수 있을지는 조심스러운 사항이므로, 절대 환자 스스로 약을 줄이거나 중단하지 말고 반드시 담당의와 상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