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살에도 환자 돌보는 내가 뜸효능 본보기지!
[한겨레][짬] 구당 무극보양뜸센터 김남수옹
“올 들어서부터 환자의 이야기가 잘 안 들려. 그래서 생각했어. 아! 이게 늙은 거구나.”
올해 101살의 구당 김남수(사진)옹의 얘기다. 백수를 넘기고야 신체 노화를 실감했다니 그는 분명 특별한 인간이다. 청력은 감퇴했지만 그는 여전히 정력적으로 환자를 돌본다. 3시간 정도만 자고도 하루 종일 건강하게 움직인다. 또래의 친구는 없다. 모두 이 세상 사람이 아닌 탓이다. 그런 특별한 건강이 그를 침과 뜸의 세계적 전도사로 만들었다. “난 어떤 운동도 안 해. 약이나 보양식도 안 먹어. 오직 하루 한번 내 몸에 뜸을 뜨지.”
대법원도 그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최근 김옹이 침뜸 교육시설을 설립할 수 있도록 당국이 허가해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2011년 온라인 교육을 허용한 데 이어 오프라인 교육도 허용한 셈이다.
지난 19일 서울 청량리에 있는 구당 침술원에서 만난 김옹은 여전히 환하고 활기찬 목소리로 뜸을 전도했다.
‘침뜸 교육시설 설립도 가능하다’
소송 2년만에 대법원 ‘허가’ 판결
“전과 43범만에 ‘무죄’ 받은 셈”
“귀 어두워졌지만 하루종일 활동”
고향 장성서 주말엔 선착순 무료
“동네마다 돌며 뜸자리도 짚어줘”
“제자들이 나를 전과 43범이라고 해. 그동안 경찰과 검찰에 고발당한 것이 43번이기 때문이야.”
그가 뜸을 중시하는 이유는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호에 ‘뜸 구’(灸) 자가 있는 이유다. “뜸은 생명의 보물이야. 이 이상 되는 치료법이 없어. 침은 한의사가 뜸의 효과를 빨리 보려고 놓는 것이야. 뜸은 남녀노소, 서양, 동양인을 불문하고 모두에게 효과가 있어.”
그는 뜸을 살갗에 올려놓고 태워 약 60~70도의 열로 가벼운 화상을 입히면 경혈을 자극해 생겨나는 특수한 물질이 건강을 가져온다고 말한다. “예부터 우리 조상은 몸에 병이 생기면 크게 뜸을 떴어. 그리고 고름을 줄줄 흐르게 만들었어. 일부러 고름을 내는 거야. 고름을 많이 내려고 고약도 붙이곤 했어. 고름은 백혈구의 시체들이야. 상처가 생기면 그 상처에 침투하는 균을 죽이려고 백혈구를 파견하고, 그 백혈구가 균들과 치열하게 싸워서 죽은 사체들이 고름인 거지. 수비대 격인 이 고름이 몸에 흡수돼 피를 만드는 원료가 되고, 오장육부가 원활하게 돌아가게 만들어.” 김옹은 이 고름을 이종 단백질이라고 했다.
“내가 전파하려는 무극보양뜸은 아주 독특한 의학이야. 왜냐하면 질병의 예방·치료·건강 증진이라는 세 가지 효과가 한꺼번에 생기기 때문이야. 부작용 없는 자연치유 의학이고, 입원비나 약값 걱정 없는 저비용 고효율의 생활의학인 셈이야.”
그는 한 줌의 뜸쑥과 거기에 불을 붙일 향 하나면 족하다고 했다. 그가 추천하는 뜸쑥은 3년 이상 묵은 것으로 담황색을 띠며 촉감이 부드럽고, 섬유가 가늘고 고우며, 잡물이 없이 잘 건조된 것이다. 이런 쑥일수록 타는 속도가 빨라 덜 뜨겁고 자극을 완화한다고 한다.
김옹은 뜸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불을 사용하던 원시인들이 염증으로 고통받다가, 우연히 불똥이 떨어져, 처음엔 뜨거움으로 기겁했으나 통증이 서서히 가시는 희한한 경험을 했을 거야. 그 뒤 어딘가 염증이 생기면 자발적으로 불똥을 환부에 얹어 놓고 치료되는 경험을 하며 뜸이 생긴 거야.”
그는 “뜸맛을 알아야 한다”고도 했다. “처음엔 찌르는 것 같은 뜨거움이 느껴지지만, 그 뜨거움을 참으면 한순간 섬뜩한 냉감과 함께 온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어. 독특한 열감이 뜸자리 깊은 곳까지 파고들며 몸 전체를 온온하게 만들지.”
그는 남자는 12곳에, 여자는 13곳에 뜸을 놓으면 큰 효과를 본다고 일러준다. 하지만 굳이 모든 곳에 뜸을 뜰 필요는 없다. 혼자서 손이 닿는 곳에 매일 뜨는 게 중요하다.
김옹은 “인간의 꿈은 건강하게 천수를 다 하고 사는 것이야. 병이 없어야 해. 생로병사가 아닌 생로사여야 해. 뜸은 그런 길을 가게 만들어. 바로 내가 그 본보기이잖아?”
그는 한학과 침구학을 아버지(김서중)로부터 배웠다. 그의 형(김기수)도 유명한 ‘침쟁이’였다. 형은 “맥도 모르면서 대통에서 침을 빼지 말라”고 했다. 함부로 치료를 하지 말라는 뜻이다. 또 “의사는 무당질을 해서라도 병을 고쳐야 한다”고 했다. 의료인의 길을 가르쳐준 것이다.
김옹은 지난해 10월 고향인 전남 장성군 서삼면 금계리에 무극보양뜸센터를 열고 평일에는 매일 15명의 예약환자를, 토·일요일에는 20명을 선착순으로 무료 진료를 하고 있다.
“이제 침과 뜸은 개인이 가르쳐서는 안 됩니다. 국가가 나서야 합니다. 의료행위에 내 것, 네 것이 어디 있나요? 이제 하나가 돼야 합니다.” 그동안 그의 의료행위에 거부감을 보여온 한의사들을 의식해 하는 말이다.
“아직 아픈 데는 없어. 건강한 나를 보고 사람들이 찾아와. 최근엔 새로운 방법을 쓰고 있지.”
그는 장성군의 모든 면을 찾아다니며 무료로 뜸자리를 찍어주는 활동도 하고 있다. 지난 3개월 동안 서삼면의 141명에게 뜸자리를 알려줬다. 정말 고집스럽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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