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시조

시를 논함- 이규보

목눌인 2014. 3. 28. 10:09

 

 

 

 

論詩(논시) - 李奎報(이규보)
시를 논함 - 이규보

作詩尤所難  작시우소난

 語意得雙美  어의득쌍미
含蓄意苟深  함축의구심
咀嚼味愈粹  저작미유수
意立語不圓  의립어불원
澁莫行其意  삽막행기의
就中所可後  취중소가후
彫刻華艶耳  조각화염이
華艶豈必排  화염기필배
頗亦費精思  파역비정사

 

시 짓기가 더욱 어려운 것은 
말과 뜻이 아울러 아름다움을 얻는 것.
머금어 쌓인 뜻이 진실로 깊어야 
씹을 수록 그 맛이 더욱 순수하나니.
뜻만 서고 말이 원활치 못하면
껄끄러워 그 뜻이 전달되지 못한다.
그 중에서도 나중으로 해도 되는 것은
아로새겨 아름답게 꾸미는 것뿐.
아름다움을 어찌 반드시 배척하랴만
또한 자못 곰곰히 생각해 볼 일.

*시는 뜻과 말, 곧 좋은 내용과
적절한 표현이 잘 어울려야 한다.


 

 

 

攬華遺其實  남화유기실
所以失詩眞  소이실시진
爾來作者輩  이래작자배
不思風雅義  불사풍아의
外飾假丹靑  외식가단청
求中一時耆  구중일시기
意本得於天  의본득어천
難可率爾致  난가솔이치
自?得之難  자췌득지난
因之事綺靡  인지사기미
以此眩諸人  이차현제인
欲掩意所?  욕엄의소치

 

꽃만 따고 그 열매를 버리게 되면
소이 시의 참 뜻을 잃게 되느니.
지금껏 시를 쓴다는 무리들은
풍아(風雅)의 참 뜻은 생각지 않고,
겉만 꾸미려 단청을 빌려
한 때의 기호에 맞기만을 구한다.
뜻은 본시 하늘에서 얻는 것이라
갑작스레 이루기는 어려운 법.
스스로 헤아려선 얻기 어려워
인하여 화려함만 일삼는구나.
이로써 여러 사람 현혹하여서
뜻의 궁핍한 바를 가리려 한다.

*근래의 시는 뜻은 소홀히 하고
화사한 수식에만 기울고 있다.
 

 

 

 

此俗寢已成  차속침이성
斯文垂墮地  사문수타지
李杜不復生  이두불부생
誰與辨眞僞  수여변진위
我欲築頹基  아욕축퇴기
無人助一?  무인조일궤
誦詩三百篇  송시삼백편
何處補諷刺  하처보풍자
自行亦云可  자행역운가
孤唱人必戱  고창인필희

 

이런 풍속이 이미 습성이 되어
문학의 정신은 땅에 떨어졌도다.
이백과 두보는 다시 나오지 않으니
누구와 더불어 진위를 가려낼까?
내가 무너진 기틀을 쌓고자 해도
한 삼태기 흙도 돕는 이 없네.
시 삼 백 편을 외운다 한들
어디를 풍자로나마 고친단 말인가?
홀로 걸어감도 또한 괜찮겠지만
외로운 노래를 사람들은 비웃겠지!

*그릇된 시단을 바로잡고 싶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모두 32구에 달하는 긴 시이다.
詩의 참 뜻을 벗어난, 알맹이 없는 화려한
수식만 일삼는 당대 사단(詞壇)의 통폐를
날카롭게 통매(痛罵)한 내용이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없는 세상,
현란한 기교로 대중의 기호에만 영합하는 시인들,
그들은 눈속임에만 급급하여
함축함양(含蓄涵養)하는 공부는 내팽개친 지 오래다.
참다운 시정신은 이미 땅에 떨어져
회복의 희망도 찾을 길 없다.
어찌할 것인가?
이규보의 이러한 한탄은 오늘의 시단에도
여전히 유효할듯 싶다.


한편 이규보는 ‘論詩中微旨略言’(『이상국집제22권』)
에서 다음과 같이 시에 대한 생각을 적고 있다.

시는 의(意)가 주가 되는데 의[뜻]를 세우는 일이
가장 어렵고, 말을 맞추는 것은 그 다음이다.
의(意) 또한 기(氣)가 위주가 된다. 기(氣)의
우열에 따라 뜻의 깊고 얕음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기(氣)란 천성(天性)에 딸린 것이어서
배워서 이룰 수는 없다.
그러므로 기가 떨어지는 사람은 글 다듬는 것을
능사로 여기고 의를 앞세우지 않는다.
대체로 글을 깎고 다듬어 구(句)를 아롱지게 하면
아름다움에는 틀림없지만
거기에 심후(深厚)한 의가 함축되어 있지 않으면
처음에는 볼 만하다가도 다시 씹어 보면 맛이 없어진다.

 

 

 

 

 

 

 

 

01. 본래의 마음
02. 청정한 마음
03. 내마음은 가을달인가
04. 마음의 문을 열며
05. 연심
06. 마
노래
07. 일심
08. 마음의 눈
09. 백년심
10. 마음의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