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시조

이규보의 시

목눌인 2014. 3. 28. 09:59

            고려시대 중후기 패관문학의 대가 이규보의 시.

 

 

           冬日與客飮冷酒戱作 동일여객음냉주희작

                겨울날 손과 찬 술을 마시며 장난삼아 짓다

                                                 / 이규보李奎報(고려高麗)

 

           雪滿長安炭價擡[설만장안탄가대]

            장안에 큰 눈 내려 숯 값이 올랐기로

           寒甁凍手酌香醅 [한병동수작향배]

           찬 병에 든 술을 언 손으로 따라 마시네

          入腸自暖君知不 [입장자난군지불]

             장에 들어가면 절로 따듯해진다는 걸 그대는 아실랑가

          請待丹霞上臉來[청대단하상검래]

          두고 보시게나 이제 곧 뺨이 붉어질 테니

 

              戱-놀 희, 擡-들 대,甁-병 병,

             酌-따를 작,-막걸리 배,-뺨 검

 

 

訪嚴師(방엄사) - 이규보(李奎報, 1168-1241)

一啜輒一話(일철첩일화) : 한 잔 차 마실 때마다 이야기가 하나씩

漸入玄玄旨(점입현현지) : 점차 오묘한 경지로 들어가누나.

此樂信淸淡(차락신청담) : 이 가운데 즐거움 맑고도 담백하니

何必昏昏醉(하필혼혼취) : 어찌 거나하게 취하야만 좋으랴?

 

 

 

 折花行 (절화행)                       


牡丹含露眞珠顆 (목단함로진주과) 진주 이슬 머금은 모란꽃을  

美人折得窓前過(미인절득창전과)신부가 꺾어들고 창밖을 지나다가

 含笑問檀郞 (함소문단랑) 방긋이 웃으며 신랑에게 묻기를

 花强妾貌强 (화강첩모강) 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

 檀郞故相戱 (단랑고상희) 신랑이 짐짓 장난을 치느라

 强道花枝好 (강도화지호) 꽃이 당신보다 더 어여쁘구려

  美人妬花勝 (미인투화승) 신부는 꽃이 더 예쁘다는 말에 토라져

 踏破花枝道 (답파화지도) 꽃가지를 밟아 뭉개고 말하기를 

 花若勝於妾 (화약승어첩) 꽃이 저보다 어여쁘거든

 今宵花同宿 (금소화동숙) 오늘밤은 꽃하고 주무세요

 

牡丹含露眞珠顆 (목단함로진주과) 진주 이슬 머금은 모란꽃을

美人折得窓前過 (미인절득창전과) 신부가 꺽어들고 창밖을 지나다가

 

含笑問檀郞 (함소문단랑) 방긋이 웃으며 신랑에게 묻기를

花强妾貌强 (화강첩모강) 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

 

檀郞故相戱 (단랑고상희) 신랑이 짐짓 장난을 치느라

强道花枝好 (강도화지호) 꽃이 당신보다 더 어여쁘구려

 

美人妬花勝 (미인투화승) 신부는 꽃이 더 예쁘다는 말에 토라져

踏破花枝道 (답파화지도) 꽃가지를 밟아 뭉개고 말하기를

 

花若勝於妾 (화약승어첩) 꽃이 저보다 어여쁘거든

今宵花同宿 (금소화동숙) 오늘밤은 꽃하고 주무세요

 

  삼혹호선생(三酷好先生) 이규보(李奎報)는 고려 당대를 풍미한 불세출의 문인(文人)입니다.

물론 선생의 호가 백운거사 등 여러 개가 있지만, 저는 선생이 시와 술과 거문고를 너무 좋아하여 불리웠다는 ‘삼혹호선생’이라는 호를 굳이 붙여 부르고 싶습니다. 삼혹호선생의 시풍(詩風)은

호탕활발하며 또한 벼슬을 받을 때마다 읊었다는 즉흥시는 그의 천재적 문재(文才)가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특히 몽골군의 침입을 진정표(陳情表)라는 명문장으로

격퇴한 일화는 그가 얼마나 명문장가인지를 또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

러하면서 삼혹호선생은 위와 같은 곱고 아름다운 시를 또한 써 내려갔으니,

선생이야 말로 진정 이 땅이 길러낸 문인 중의 문인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위 한시의 제목은 절화행(折花行)입니다. 여기서 절화(折花)는 꽃을 꺾는다는 뜻이며,

행(行)은 한시의 갈래인 악부시체(樂府詩體)의, 사물이나 감정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것이 특징인, 하나입니다. 하여, 굳이 제목을 글자대로 해석하여 보면, ‘꽃을 꺾는 노래’라는 뜻이 될 것입니다.

  위의 한시를 보면 시적 자아는 관찰자입니다. 그 관찰자가 보기에 이제 갓 아낙이 되어가는

아리따운 여자가, 갓 결혼한 여인이 집 정원을 거닐다 어여쁜 모란꽃을 보고, 한 송이 따들고서

걸어갑니다. 가다보니 창문으로 보이는 방안에 준수하고 늠름한 자신의 신랑이 앉아 중얼중얼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이때 장난기가 발동한 여인이 신랑의 책읽기를 방해합니다.

자신이 들고 있는 꽃을 내 보이며 말을 겁니다. “ 이 꽃이 예뻐요, 제가 예뻐요?” 그러자,

 어여쁜 부인과 어여쁜 꽃을 본 신랑 역시 장난기가 발동하여 한마디 툭 던집니다.

“글세, 꽃이 당신보다 더 어여쁘구려.” 그러자, 이 말을 들은 여인의 표정이,

한껏 미소 짓고 있던 얼굴이 샐쭉한 표정으로 바뀌며, “그래요? 그럼, 오늘밤은 이 꽃하고

주무시구랴!”하고 토라져 치맛자락 단호히 말아 쥔 채 횅하니 몸을 돌려 가버립니다.

그러자, 방안에 있던 신랑의 얼굴이, 한껏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짓고 있던 표정이,

금새 당혹한 표정으로 바뀝니다. 그게 아닌데....라며 해명하려 일어서려 엉거주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광경을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고 있던 관찰자가 빙그레 미소 짓습니다.

  어쩌면 위의 한시에 나오는 젊은 남녀는 이규보의 아들과 며느리일지도 모릅니다.

갓 결혼한 아들과 사랑스런 며느리의 알콩달콩한 사랑싸움을 먼발치서 바라보며 아비로서

 또 시아비로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그리하여 그 감흥을,

자신의 감흥과 아들 내외의 살큼한 모습을, 한시에서는 드문 형식인 대화체를 사용하여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인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일필휘지로 그려낸 시를 계집종에

시켜 건네며, 귀엽고 사랑스런 며늘아기에게 건네며, 한시(漢詩) 말미에다,

넌지시 한 구절 툭 던지었을 것입니다.

“이 한세상 그리 넉넉지 않다. 다투지 말고 서로 평생토록 잘 지내거라... ...”

 

 

 

 

井中月(정중월, 우물 속의 달) 

 

山僧貪月色 (산승탐월색)  산에 사는 중이 달빛을 탐을 내서

 幷汲一甁中 (병급일병중)  물 긷는 병에 달빛까지 길었네

 到寺方應覺 (도사방응각)  하지만 절에 가면 알게 될 것을..

 甁傾月亦空 (병경월역공)  물 쏟으면 달도 없어지는 거라는 걸..

 

       술꾼의 아내

당신은 그 옛날
주태상(周太常)의 일을 아오?
몸을 깨끗이 한다며 일 년 삼백
오십구 일을 아내와 각방을 썼다오

당신 오늘날
이규보의 일을 아오?
일만 팔십 일을 취했다
오늘 다행이 술이 깨었소

주태상의 아내는 되지 않을 일
한번 엿본다고 불호령 내리니
이규보의 아내는 되지 않은 일
취해 쓰러져 함께해 주지 않으니

저쪽은 너무 맑고
이쪽은 미치광이니 비록 다르지만
평생 아내와 함께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라오

차라리 양홍(梁鴻)의 아내가 되지 그랬소
초라한 삼베 치마에 나무 비녀도 부끄러워 않으며
어진 남편과 어진 아내 어울리니 즐거움 넉넉하고
공손히 밥상 차려 올릴 수도 있으니

이규보(1168~1241)
고려 중기의 문인
문집으로 [동국이상국집]이 있다
이규보는 하루 동안 술을 마시지 않은 것을 기념하여 이 시를 썼다
농담처럼 하는 말 속에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담겨 있다

 

 

이규보(백운거사)선생시

 

新從霜樹摘 沈襲始能全(신종상수적 심습시능전)

展轉聊來我 宣哉物也圓(전전료래아선재물야원)

 

쫓을종.서리상.나무수.딸적.가라않을심..엄습할습.

펼전.구를전.귀울료(요).베풀선.둥굴원.

새로이 서리 나무에서 따라 깊이

옷에묻어야 온전할수있지.

구르고 굴러 내게까지 왔으니

아름답구나 이물건의 온전함이여

'시 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난한 새의 기도 -이해인  (0) 2014.04.07
시를 논함- 이규보  (0) 2014.03.28
[스크랩] 김소월 시집 모음 - 스위시 2080  (0) 2014.03.15
욕설모서당(辱說某書堂)>  (0) 2014.02.09
서산대사 오도송  (0) 2014.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