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시조

애절양哀絶陽 / 茶山 丁若鏞

목눌인 2015. 5. 18. 09:33

 

 

 

 

애절양

이 시는 조선 후기 부패한 관리와 당시의 사회상을 극명하게 비쳐주는 다산의 한시로서 자기의 마음을 시로 표현한 시이며 그 당시의 사회상을 여실이 보여주고 있다.

당시 군적에 오른 사람은 병역을 대신하여 군포(軍布)를 내게 되는데, 관리들이 세금을 많이 거둬들이기 위해, 이미 죽은 사람과 갓난아이의 이름을 군적에 올려 세금을 가혹하게 거둬들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 같은 군포를 감당할 수 없었던 사람이 아이를 낳지 않겠다며 자신의 생식기를 자른 기막힌 현실을 두고 노래한 것이다. 

같이 한번 쯤은  읽어 봄직한 글이기에 올겨본다.

 

 

시를 쓰게된 사연

 

1803년(순조 3년) 가을. 강진 관아에 행색이 초라한 한 여인이 피로 물든 작은 천을 들고 왔다. 그 여인은 관아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미친 듯 소리치며 피로 물든 작은 천을 마당에 던졌다. 그 순간 작은 살점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그녀 남편의 양물(陽物)이었다.

여인의 기구한 사연은 이렇다. 그녀는 얼마 전 시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상중이었는데 공교롭게도 3일 전에 아들을 낳게 됐다. 그런데 마을 관리들이 남편뿐만 아니라 돌아가신 시아버지, 갓 태어난 아들에게도 세금인 군포(軍布)를 부과했다. 당시 군적에 오른 사람은 병역을 대신해 군포를 내야 했는데, 관리들이 세금을 많이 거둬들이기 위해 이미 죽은 사람과 갓난아이의 이름까지 군적에 올린 것이다.

이에 대해 그녀의 남편은 거칠게 항의했지만 관리들은 들은 체도 안 하며 오히려 세금 대신 마구간의 소를 끌고 가버렸다. 그러자 남편은 자신의 양물을 바라보고는 아내에게 “내가 이것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것 같소. 이제 나는 더 이상 남자가 아니니 나에게 군포를 부과하지 말라고 전하시오”라며 칼을 들고 자신의 양물을 잘라 버렸다. 그리고 여인은 이것을 수습해 관아로 찾아가 “출정 나간 지아비가 돌아오지 못하는 일은 있다 해도 사내가 (세금 때문에)자기 양물을 잘랐단 소리를 들어본 적 없다”며 목 놓아 울었다.

강진 유배 기간 중 이 일을 전해들은 다산 정약용은 “부호들은 일 년 내내 풍류나 즐기면서 쌀 한 톨, 비단 한 치 바치는 일 없는데 똑같은 백성들에 대해 왜 그리도 차별일까?”라며 여인의 슬픈 이야기를 ‘애절양(哀絶陽)’이란 시로 남겼다. .

애절양哀絶陽 / 茶山 丁若鏞 _

蘆田少婦哭聲長 노전소부곡성장       갈밭마을 젊은 아낙 길게 우는 소리. 
哭向縣門號穹蒼 곡향현문호궁창      관문 앞 달려가 통곡하다 하늘 보고 울부짖네.
夫征不復尙可有 부정불복상가유      출정나간 지아비 돌아오지 못하는 일 있다 해도
自古未聞男絶陽 자고미문남절양      사내가 제 양물 잘랐단 소리 들어본 적 없네
舅喪已縞兒未澡 구상이호아미조      시아버지 삼년상 벌써 지났고,

                                                    갓 낳은 아이의 배 냇물도 안 말랐는데
三代名簽在軍保 삼대명첨재군보      이 집 삼대 이름 군적에 모두 실렸네.
薄言往愬虎守閽 박언왕소호수혼      억울한 하소연 하려 해도 관가 문지기는 호랑이 같고,
里正咆哮牛去早 이정포효우거조      이정은 으르렁대며 외양간 소마저 끌고 갔다네.
磨刀入房血滿席 마도입방혈만석      남편이 칼 들고 들어가더니 피가 방에 흥건하네.
自恨生兒遭窘厄 자한생아조군액      스스로 부르짖기를,“아이 낳은 죄로구나!”.  
蠶室淫刑豈有辜 잠실음형기유고      누에치던 방에서 불알까는 형벌도 억울한데
閩囝去勢良亦慽 민건거세양역척      민나라 자식의 거세도 진실로 또한 슬픈 것이거늘
生生之理天所予 생생지리천소여      자식을 낳고 사는 이치는 하늘이 준 것이요
乾道成男坤道女 건도성남곤도여      하늘의 도는 남자 되고 땅의 도는 여자 되는 것이라
騸馬豶豕猶云悲 선마분시유운비      거세한 말과 돼지도 오히려 슬프다 할 만한데
況乃生民思繼序 황내생민사계서      하물며 백성이 후손 이을 것을 생각함에 있어서랴!
豪家終世奏管弦 호가종세주관현      부잣집은 일 년 내내 풍악 울리고 흥청망청  
粒米寸帛無所損 립미촌백무소손      이네들 한 톨 쌀 한 치 베 내다바치는 일 없네.
均吾赤子何厚薄 균오적자하후박      다 같은 백성인데 이다지 불공평하다니, 
客窓重誦鳲鳩篇 객창중송시구편      객창에 우두커니 앉아 시편을 거듭 읊노라.

                                                                                
                                                              

 

 

 

강진의 다산 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