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뜸의학

간 질환을 침으로 치료했던 일

목눌인 2011. 7. 24. 21:58

간 질환을 침으로 치료했던 일 현대침의학

2009/01/15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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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뒤쪽으로 200m가 넘는 산이 길게 가로 놓여 있다. 이 산을 경계로 서울 은평구와 경기도 고양시로 나누어져 있다.

나는 이 동네의 산 쪽 아래에 있는 주택가에서만 20년을 살고 있다. 집을 나서서 산을 하나 넘어가면 숲으로 뒤덮혀 있는 깊은 골짜기가 있고 그 골짜기에는 물이 좋은 약수터가 한 군데 있다. 요즘 같이 추운 겨울에는 약수터에 머무는 사람들이 없지만 겨울만 지나면 약수터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쉬어가기도 하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들을 나누다 가기도 한다.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이 약수터를 매일같이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과 알게 되었다. 주로 몸이 좋지 않거나 나처럼 실직한 사람들과 그리고 나이 많은 노인들이 산을 한 바퀴 돌고는 이 약수터에 들러 쉬었다 가는 것이다. 물론 물을 뜨기 위해 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 약수터에서 간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는 나와 동년배인 한 남자를 알게 되었다. 나이가 50이 넘도록 결혼도 하지 못할 정도로 청춘시절 부터 돈 버는 일에만 열중하다가 병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약수터에서 그를 만났을 때 그는 강원도의 한 요양원에서 요양생활을 마치고 나온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였다. 맨발로 산을 다니면 건강에 좋다는 요양원의 지시대로 맨발로 열심히 산을 몇 바퀴 돌다가 약수터에서 쉬었다 가곤 했던 것이다.

약수터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주고 받는 대화는 대부분이 건강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어떤 사람은 아예 약수터에서 건강에 대해서 강의를 한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귀를 쫑긋거리며 열심히들 듣는다. 간 질환을 앓고 있는 남자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는데 약수터에서 그는 '맨발'로 통했다.

약수터에서는 통성명을 하고 지내는 일이 없다. 서로들의 이름을 모르니까 닉네임으로 지칭이 되는 것이다.

'개아범' 또는 '멍멍이'는 두 마리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의 닉네임이다. 사람들이 개를 끌고 오지 말라고 그렇게 면박을 주어도 아랑곳 하지 않는 사람인데 나중에는 많은 사람들이 개아범에 대해서만큼은 포기를 해버렸다. '빡빡이'는 스님처럼 머리를 빡빡 깎은 사람의 닉네임이고, '배뚱땡이'는 작달만한 키에 배가 남산처럼 나온 사람의 닉네임이며, '쓸개 빠진 사람'은 말 그대로 쓸개의 절제수술로 인해 붙여진 닉네임이고, '부잣집 댁'은 입만 열면 재산 자랑, 돈 자랑을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쌍지팡이'는 중풍 후유증으로 등산용 스틱을 두 개를 짚고 다닌다고 붙여진 것이며, '목포의 눈물'은 고향이 목포여서 붙여졌고, '김대령'이니 '박국장' 등은 전 직장에서의 직책을 그대로 부른 것이다. 나는 '침박사'라는 닉네임으로 통했다.

 

간질환을 앓고 있는 맨발과 멍멍이는 서로가 잘 아는 사이였다. 두 사람이 만나면 건강에 관한 대화를 주고 받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사람들이 몰려 들고는 했다. 그런데 내가 몇 날 며칠을 들어 보아도 그 얘기가 그 얘기였고 정확하게 알고 있는 건강지식도 없었다.

어떤 병으로 오랜동안 투병생활을 하다보면 그 병에 대해서 박사가 된다는 말이 약수터에 가서 사람들의 말을 들어 보면 어느 정도는 수긍이 가는 말이다. 맨발의 경우도 그런 경우며, 당뇨병을 앓고 있는 김대령이라는 사람은 산을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돌고 와서는 당뇨병에 관한 잡다한 이야기들을 늘어놓고 가고는 했다.

하루는 맨발과 멍멍이가 주고받는 대화에 내가 끼어들어야만 했다. 맨발이라는 사람이 음식물을 삼키면 위에서 모든 소화과정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맨발이라는 사람과 멍멍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고, 그 두사람에게 침술에 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두사람은 침술에 상당한 관심을 나타내었고 맨발은 자신의 간 질환을 침으로 고칠 수 있겠느냐고 질문해 왔다. 나는 그의 질문에 침술은 인체의 면역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탁월하므로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대답해 주었다. 그가 앓고 있는 간 질환이 정확히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그는 의도적으로 자세한 설명을 회피를 하는 것 같아 나도 더 이상을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에게 지나가는 말로 3개월 동안 침을 맞다보면 몸이 무척 좋아질 것이라는 말을 했다. 그랬는데 그는 자신의 몸을 나에게 맡길테니 침으로 간장병을 치료해 보라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그는 기꺼이 나의 마루타가 되어주겠다는 것이었다.

 

맨발은 매일 나를 만나 침을 맞기 시작했다. 그리고 침을 맞고나서 시시각각으로 나타나는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서 상세히 나에게 설명해 주었다. 처음에 침을 맞고서는 간부위에서 은근한 통증을 느꼈다고 한다. 간 질환으로 통증이 심해 응급실로 실려갔을 때 처럼의 통증은 아니지만 침 자극으로 인해 생겨난 통증에 대해서 겁을 먹고 있었다. 

나는 그의 사지말단에 있는 경혈에만 자침을 했으므로 침 자극 후의 간부위 통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왜냐면 간부위의 배유혈인 간유나 담유, 또는 복모혈인 기문이나 장문, 일월, 경문 등에는 전혀 침 자극을 하지 않았으며, 사지말단에 있는 사암침술의 간정방이나 내관, 공손, 합곡, 태충, 행간, 곡지, 족삼리 기타의 혈을 교체로 취혈을 했으므로 침자로 인한 간의 손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맨발에게 침술의 효능과 침술치료의 원리를 매일 같이 들려주면서 침자 후에 나타나는 몸의 상태는 어쨌든 나아지려고 하는 징후로 생각하라며 안심시켜 주었다. 침자 후 간부위가 아프다거나 몹시 피곤해 하면 2~3일간은 쉬게 했다.

그가 나에게 침을 맞기 시작한지 1개월이 지났을 때 약수터를 찾는 모든 사람들이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을 했다. 그리고 맨발 본인도 몸의 컨디션이 무척 좋아졌으며 전에는 산을 오를 때 가슴이 터질것 만 같았는데 그런 증상이 많이 없어졌다는 것이었

다.

그는 그 당시 초여름부터 정확하게 3개월을 나에게 침을 맞았다. 나에게 침을 맞기 시작한 후 2개월이 지났을 때는 몸이 거의 정상으로 돌아와 3년동안 앓았다는 그의 간장병은 다 나은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약수터에서 그의 동태를 지켜보았던 몇몇 아주머니들이 맨발이 산을 오르다가 너무 힘에 부쳐서 길가에 널부러져 숨을 가뿌게 몰아쉬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맨발이 나에게 침을 맞은 후부터는 산을 오르는 일이 그다지 힘에 부치지도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맨발은 3개월 간을 나에게 침을 맞고 건강이 회복되자 자신감을 가지고 3년 동안이나 접어두었던 사업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경기도 연천이라는 곳으로 떠났다. 

그는 나에게 은혜를 갚는다고 자신의 사업을 함께하자고 제의를 해와서 그와 함께 한 달간을 일을 한 적도 있었다. 그는 나에게 신세를 갚는다고 일자리를 마련해 주었으나 어떻든 고용되어 있는 몸이라 1개월 만에 그만두었다.

 

그 후 2년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간장병이 재발하지도 않았으며 열심히 일을 하는데도 지치질 않아서 좋다고 했다. 늦게 결혼까지 해서 그는 지금 어느 때보다도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가끔씩 전화가 온다.

 

맨발의 간장질환을 나의 침술로 완치시켰다는 증거는 없다. 그는 강원도의 요양원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다가 상태가 어느 정도 호전되었을 때 퇴원을 하여 통원치료를 받으면서 약물을 한 주먹씩 복용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 지인의 소개로 요양원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병원에서 준 약물을 모두 버리게 하고 요양원의 식단대로만 음식을 섭취하게 했다는 것이다.

맨발은 요양원에서의 생활이 자신의 병을 많이 낫게 해준 것 같다고 술회했다. 요양원을 나오고 나서도 요양원의 지침대로 식단을 짜서 식사를 했으며, 맨발로 산을 오르내리기 시작했는데 처음 시작했을 때는 너무 힘이 들어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하는 마음을 여러번 가지기도 했다고 한다. 산을 오르내리는 일은 나를 만나기 전까지도 계속 되었는데,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는 힘은 덜 들었지만 나에게 침을 맞고부터는  산을 오르내리는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는 것이다.

어떻든 그의 맨발로 산을 오르내리는 규칙적인 운동요법에 침술이 가세하여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그의 간장병이 쉽게 나을 수 있으리라고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