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뜸의학

산행하다 발목을 삐었다면

목눌인 2011. 7. 24. 21:15

산행하다 발목을 삐었다면 현대침의학

2009/10/1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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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에 설악산을 다녀왔다. 서울에서 아침 7시에 출발하여 두 시간 반만에 설악산 장수대라는 곳에 도착하여 그 곳에서 대승령을 넘어 12선녀탕 계곡을 넘어가는 산행을 했던 것이다. 고향 친구가 속해 있는 산악회를 쫓아서 갔는데 회원들 대부분이 산을 타는 데 익숙하지 않아 12선녀탕을 지나 남교리 휴게소까지 내려가는 데 무려 7시간 반이나 소요되었다. 그 덕분에 땀을 많이 흘리지 않고 아름답게 물든 단풍을 여유롭게 감상을 하면서 추억에 남을 수 있는 산행을 할 수가 있었다. 

 

설악산 같은 곳에서 산행을 하다보면 응급환자들을 종종 볼 수가 있다. 너무 오래 걸어서 무릎의 인대가 늘어나 보행하는 데 애를 먹는 일이라든가 발목을 접질려 다른 사람의 등에 업혀서 내려오는 경우를 간혹 볼 수가 있다.

설악산의 계곡은 다른 산들과는 달라서 계곡의 길이가 상당히 길다. 대청봉에서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가는 코스는 경관도 아주 빼어나지만 너무 긴 계곡을 걷다 보면 지친 나머지 주변의 경관도 시야에서 멀어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긴 계곡을 장시간 걸어서 내려가게 되면 무릎의 관절이라든가 근육에 너무 무리를 주어 인대가 늘어나거나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기 십상이다.

설악산의 기나긴 계곡을 내려가다가 인대가 늘어나거나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게 되면 여간 난처한 게 아니다. 몇 년 전 오색약수터에서 대청봉을 넘어 천불동으로 내려가다가 함께 갔던 친구의 무릎인대가 늘어나 정말이지 죽을 고생을 했었다. 우리의 팀만 아니라 다른 팀에서도 발목을 삐어 업혀서 내려가거나 무릎의 인대가 늘어나 한 쪽 다리를 질질 끌면서 긴긴 계곡을 내려가는 모습들을 볼 수가 있었다.

 

내가 침술에 입문하던 날부터 지금까지 산에 갈 때는 침을 소지하고 다닌다. 침술의 초보시절 때는 발목을 다친 사람이나 인대가 늘어나 다리를 질질 끌고 다니는 사람에게 접근하여 침을 놓아주곤 했지만 그게 뜻한 바대로의 치료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침구책에 적혀 있는 처방전을 기억하고 있다가 발목을 삐었거나 무릎의 인대가 늘어졌을 때 적절한 경혈에 침을 찔러보았지만 효과가 없었다는 말이다. 침술로 어떤 질환을 고친다는 게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터득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어떤 질환은 침술로 해결되지 않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모든 치료술은 만능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많은 치료사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정의 치료술을 어떤 질병이라도 모두 고쳐내는 것처럼 허풍들을 떠는 것이 다반사다.

 

나의 침술이 지금 일취월장하여 상당한 수준에 와 있다손 치더라도 역시 침으로 고쳐지는 질병이 있으며, 그렇지 않은 면도 또한 있다. 어떤 침술사들은 침으로 고쳐지지 않는 병이 없다고 떠벌리고 다닌다. 그러면서 대학병원에서도 포기한 말기암 환자를 침과 뜸으로 고쳐냈다고 자랑스럽게 늘어 놓지만, 기회가 되어 그 사람에게 단순한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를 데리고 가면,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아가며 침을 놓아도 환자의 반응은 영 아니올시다이다.

침술의 기술적인 수준이나 치료의 원리를 하나하나 터득할 때마다 어떤 질병은 침술가의 마음대로 고쳐지지 않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어떤 환자들 앞에서도 "침으로 병을 고칠 수 있다 없다"를 장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침으로 찔러서 어떤 질병이 고쳐질 수 있느냐 없느냐는 인체만이 알 수 있는 것 같다. 침술사는 다만 침술을 한 두 번 시술하여 환자에게 나타나는 반응을 살핌으로써 감을 잡을 수 있을 뿐이다. 초기에 치료가 될 것인가, 아니면 치료기간이 오래 걸릴 것 같은가, 그도 아니라면 침으로는 안 될 것인가와 같은 예감을 말이다.

 

나의 침술입문 시절, 주변 사람 중에 누가 아프기라도 하면 침을 꺼내들고 내가 고쳐주겠다고 설쳐대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올 뿐이지만 어느 분야든 초보시절엔 경거망동하게 되는 것인가 보다. 

지난 일요일 설악산에서 대승령을 넘어 가다가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는 걸 목격했다. 응급환자가 발생한 모양이었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방금 전에 음식을 먹고 급체한 듯한 남자가 주저 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누군가가 그에게 침을 놓고 있었다.

침 놓는 모양을 자세히 살펴보니 혈자리를 제대로 잡아서 침을 꽂고 있는 폼새가 제법이었다. 그 중에 침 놓는 사람과 일행인 듯한 한 남자가 침을 놓는 남자를 가리키며 한의사인데 침을 잘 놓기로 소문 난 명의라고 자랑을 하는 것이었다. 내가 보아서는 혈자리는 잘 잡았지만 겉에다 살짝 쌀짝 꽂은 침의 모양을 보면서 나의 손까락이 자꾸만 꼼지락 거렸다. 그러나 한의사 앞에서 잘 난척 할 수가 없어 끝까지 지켜보았다. 한의사라는 사람은 침을 다 꽂은 후 환자를 쳐다보면서 어떠냐고 물어 보았다. 환자는 좋아지는 것같다고 말을 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별로 좋아지고 있는 것 같지않아 보였다. 환자는 여전히 숨을 몰아 쉬면서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한의사도 환자가 좋아지지 않고 있다는 걸 직시하고 있는듯 했다. 서둘러서 자신의 배낭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환으로 만든 알약이었다. 그 환약을 환자에게 물과 함께 건네면서 복용하게 했다. 아마 소화제였던 것 같다. 

 

그 자리를 떠나 다시 12선녀탕을 향해 내려오기 시작했다. 대승령 쪽에서 계곡으로 내려섰을 때의 밋밋하던 주변의 경관이 내려가면 갈수록 계곡의 깊이가 깊어지면서 아름다운 경관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비가 오질 않아 물이 없을 것 같던 계곡의 바닥에는 아주 맑은 물들이 커다란 웅덩이를 이루어 선녀들이나 목욕을 했을 듯한 신비한 풍광을 자아냈다. 12선녀탕의 가장 위쪽의 복숭아탕이라는 곳에 이르렀을 때 물을 담고 있는 웅덩이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이어져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이 날 설악산을 찾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었는지 복숭아탕을 지나면서 사람들의 정체로 한 시간을 서 있어야만 했다. 설악산은 아름답고 웅장했지만 구름처럼 몰려든 사람들로 시달리고 있는 설악의 계곡을 보면서 왠지 씁쓸하다는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한 시간을 서 있다가 정체가 풀리면서 다시 깊은 게곡을 향해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12선녀탕의 계곡도 꽤나 긴 코스였다. 시간상으로 봐서 중간 쯤이라고 생각되는 곳에 이르렀을 때 함께 간 일행들이 쉬고 있었다. 우리 일행 중에 한 여성이 발목을 삐어 간신히 걷는 상황임을 목격하게 되었다. 일행들 중에 몇몇 사람들이 산위에서 침을 놓고 있는 한의사를 보았던 것 같다. 그 한의사가 내려오기를 기다렸다가 침이라도 맞게 하자고 의견들이 모아지는 것 같았다. 함께 간 고향 친구는 나를 보며 침을 가져왔느냐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곁에 있던 산악회장에게 여기서 얼마나 더 내려가야 되느냐고 물었더니 2시간을 더 가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발목을 삔 여성회원에게 도저히 걸을 수가 없는 상황이냐고 물어 보았다. 그 여성은 두 시간 정도면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침을 놓는다니까 겁이 나서 그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환자의 신발과 양말을 벗기고 발목을 보니 이미 발등이 부어 오르고 있었다. 

나는 그 환자에게 여기서는 침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지금 당장 내가 침을 놓게 되면 통증은 멈춘다. 그래서 고통 없이 산을 쉽게 내려갈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발목 부근의 손상된 인대나 연부조직이 완전히 걸레처럼 되어 상처가 더 심해질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산행을 하다가 발목이 삔 환자나 무릎의 인대가 늘어난 환자에게 침을 놓아서 치료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침을 놓아서 발목이라든가 무릎의 통증이 가라앉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제대로 자극을 하여 통증이 가라앉았을 경우, 환자는 삔 것이 치료된 것으로 착각하고 마음대로 산을 오르거나 내려가게 된다. 그 사이에 약간 찢어진 근육이나 인대가 더 많이 찢어져 상처부위가 아물려면 상당한 기간이 걸리게 된다. 잘못하면 영구히 손상된 채로 지내야 할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염좌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은 다친 부위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뇌가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만약에 발목을 삐어 발목의 연부조직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면 뇌는 심한 통증을 유발시켜 발목을 움직일 수 없게 만든다. 연부조직이 찢어진 상태에서 발목을 계속 움직이면 그 부위가 더 손상되게 되므로 인체가 스스로 취하는 조치이다.

발목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 두면 찢어진 연부조직을 인체는 재생시키게 되는 것이다. 

 

발목을 삐었을 때 통증의 기전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대단한 스트레스를 안겨다 주는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 때 침으로 제대로 자극을 가하게 되면 통증이 멈추게 되는데, 침 시술자는 환자들에게 통증이 없어졌다고 발목을 맘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주의를 시켜야 한다. 일부러 부목을 대서라도 발목의 움직임을 최소화 해야 한다. 그러면서 침으로 꾸준히 자극하면 자연치유력이 향상되어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이 글에서 하고 싶은 말은 계속 움직여야 할 상황에서 발목을 삐었거나 무릎을 다쳤다면 침을 함부로 찌르지 말고 움직이지 않게 하거나 아니면 움직임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침을 놓으라는 것이다. 그리고 발목을 삔 환자에게 침을 놓았더니 통증이 없어졌다고 해서 삔 발목이 나은 걸로 착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침 자극으로 통증이 차단된 상황이며, 손상된 부위는 그대로인 것이다.

산에서 발목을 삐는 부상을 당했다면 부상당한 발목의 움직임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산을 내려가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누군가의 등에 업혀 내려가는 것이고 그 마저도 여의치가 않을 때에는 부축이라도 받으면서 내려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