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뜸의학

급작스런 위경련통, 침(鍼) 한 방으로으로

목눌인 2011. 7. 24. 20:20
급작스런 위경련통, 침(鍼) 한 방으로으로 뚝! 현대침의학

2009/11/14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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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중순 쯤 고향으로 벌초를 갔을 때 고향 마을에서 한창 수확 중이었던 포도를 10박스를 가져 왔었다. 나의 고향에서 생산되는 포도는 맛과 향이 뛰어나서 서울의 가락시장으로 오게되면 강북으로 올 여유도 없이 강남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상권에서 몰매해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강북에 살고 있는 나는 고향에서 올라온 포도를 구경조차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과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어서 아내가 종종 사들고 오는 포도를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그러나 해마다 포도 수확철인 9월에 고향으로 벌초를 하러 갈 때면 고향의 포도를 배가 터지도록 먹게 된다. 그 만큼 내 고향의 포도는 달고 향이 진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사먹는 다른 지역의 포도와는 비교를 할 수가 없다.

 

지난 9월에도 포도 10박스를 가져와서 실컷 먹고 나머지는 김치냉장고에 보관하여 한 달 동안을 잘 먹을 수 있었으며 3박스 정도는 포도송이를 일삼아 따서 항아리에다 설탕과 함께 넣은 다음 잘 봉합하여 베란다에 두었다. 그로부터 정확하게 만 2개월만인 오늘 아침 개봉을 하여 안을 들여다보니 빛바랜 포도송이들이 자신들이 토해 낸 액체 위에 수북히 떠 있었다. 국자로 액체를 떠서 컵에다 따르니,

세상에나! 어쩌면 이렇게 색깔이 고울 수 있을까?

맛을 음미해 보았다. 톡 쏘는 포도의 향기가 코로 번지면서 새콤 달작지근한 맛이 목구멍을 착 휘어 감았다. 그리고 식도를 타고 위로 내려갈 때 짜르르하게 자극을 주었다. 원래 나는 단 맛을 좋아하므로 발효과정에서 생성된 약간 새콤한 맛과 진한 단맛이 어우러져 나에게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그 환상적인 맛에 맥주 클라스로 두 개를 연거푸 마셔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 의식이 점차 흐릿해지더니 술을 마신것처럼 취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고향친구의 권유로 포도와 설탕을 넣고 두 달정도 지나면 맛있는 포도효소액이 된다고 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고향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포도 담은 것 개봉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너무 맛이 있어 두 컵을 먹었더니 술 취한것 처럼 취기가 오른다고 하자 친구는 내가 마신 포도액이 술이라며 너무 많이 마시면 취한다고 했다.

 

매실을 가지고 효소액을 만들어 먹은 적은 몇 번 있었지만 포도를 가지고 효소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매실을 같은 비율의 설탕과 함께 항아리에 넣어서 3개월을 상온에 두게 되면 삼투압 작용으로 매실의 과즙이 모두 밖으로 삼출되어 발효가 된다. 그렇게 발효된 액체를 효소액이라고 하며 그 액을 물과 희석하여 마시면 아주 훌륭한 건강음료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진 매실의 효소액은 술의 성분을 나타내지 않는데 포도를 이런 식으로 만드니 완전히 포도주로 성분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혀에 착 달라붙는 감칠 맛에 두 컵을 연거푸 마셔댔으니 술 마실줄 모르는 내가 온전할 리가 없다.

 

포도주를 처음 마셨을 때 식도를 타고 위로 들어 갈 때 짜릿하게 느껴지는 강한 자극으로 좀 불편하다싶었는데 시간이 점점 흐르자 위가 못견디게 아파오기 시작했다. 취기로 숨이 턱턱 막혀 오는 호흡곤란증과 체온이 갑자기 올랐다가 뚝 떨어지면서 식은 땀도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더욱 참기가 어려운 것은 점점 고통이 심해져 가는 위통이었다. 위를 칼로 도려내는 듯한 강렬한 통증으로 나는 배를 움켜 잡고는 이빨을 악물며 고통을 견뎌내려고 애를 써야만 했다. 텅 빈 위 안으로 들어간 알코올이 위점막을 자극시켜 위가  꿈틀거리면서 강한 통증이 발생하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참고 있으면 괜찮아지겠거니 하고 배를 움켜잡고 방바닥을 뒹굴고 있었으나 통증은 점점 기세등등해졌다. 텔레비젼 다이에 놓여 있는 혈압계를 가지고 혈압을 측정해 보았다. 맥박수는 분당 112회, 수축기 혈압 102mmHg, 이완기 혈압은 59mmHg의 저혈압으로 아주 심각한 상황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저혈압보다 고혈압이 더 위험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갑자기 혈압이 떨어진 상태에서 빠른 시간 내에 정상적인 혈압으로 회복되지 않게되면 돌연사하게 된다. 아나필락시스쇼크라는 알레르기 과민 반응에 의한 갑작스런 혈압의 강하가 발생한다. 흔히 벌에게 쏘였을 때 벌의 독성물질이 B림프구를 자극하여 IgE라는 항체가 비정상적으로 대량 생산되고 이 항체들은 비만세포를 자극하여 대량의 히스타민을 분비하게 한다. 대량으로 분비된 히스타민은 모세혈관의 투과성을 높여 모세혈관 안으로부터 여러 가지의 방어단백질과 백혈구들이 간질액 쪽으로 새어나오게 되는데, 간잴액에서의 높아진 단백질의 농도는 삼투작용으로 모세혈관 안의 체액을 조직 쪽으로 이동하게 한다. 따라서 혈관의 혈장량이 급격하게 감소하여 전체의 평균동맥압이 떨어지게 되며, 체액이 몰려 온 조직 쪽은 체액의 부피로 붓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나필락시스쇼크는 유전적인 결함으로 일반인들보다 인체에 그다지 해를 가하지 않는 이물질에 대하여 면역계가 지나치게  과민 반응하여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나필락시스쇼크처럼 위험한 상황은 아니지만 꽃가루나 우유, 땅콩, 고등어와 같은 이물질에 면역계가 과민반응하여 알러지성 비염이나 천식, 피부병과 같은 증상을 일으켜 괴롭히게도 한다.

 

이야기가 빗나갔는데, 어떻든 포도주 두 컵을 마시고는 아나필락시스쇼크를 일으킨 것처럼 혈압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호흡이 곤란해지며,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위통으로 사경을 헤매는 형국이 되었다. 이 상황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119를 불렀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119보다는 이 참에 침의 효과를 다시 한 번 실험해 보기로 했다. 죽을 것만 같은 고통스러움의 경황에서도 오로지 나의 뇌리에 떠오르는 것은 침(鍼)뿐이었다. 

배를 움켜쥐고 뒹굴고 있던 나는 침통을 꺼냈다. 침통은 항상 나의 손에 닿는 곳에 두기 때문에 앉은 자세에서 침을 꽂을 수가 있었다.

발등에 있는 태충혈에 침을 찔러 넣었다. 희한하게도 한 쪽의 태충혈에 침을 꽂았을 뿐인데 위를 쥐어짜듯이 격렬했던 통증이 갑자기 멈추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놀라운 상황을 사람들에게 설명하면 도대체 누가 믿어줄 것인가? 그러나 한 쪽의 발등에다 침을 하나 푹 질렀을 뿐인데 위통은 분명히 사라졌고 그것도 서서히가 아닌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에 대해 나로서도 받아들이기가 난해했다. 

나는 다른 쪽 발등의 태충혈에 자침하고 원래 내가 놓고자 했던 혈자리 하나하나에 침을 꽂기 시작했다. 모두 7개의 침을 꽂고 30분 동안 가만히 앉아 있는 동안 요란하게 요동을 치던 위가 아주 빠른 속도로 잠잠해지는 걸 확연히 느꼈다. 마치 태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바다가 갑자기 평온을 되찾는 듯한 상황을 연상케 했다.

 

침을 꽂은 지 10분 안에 위통은 말끔히 사라졌지만 30분을 그대로 앉아 있다가 침을 뽑아버렸다. 그리고 혈압계로 혈압을 측정하니 혈압은 정상으로 돌아왔으나 맥박수는 96회로 처음의 112회보다는 횟수가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빠른 상태였다. 그리고 눈과 얼굴에 약간의 충혈된 느낌은 있었지만 호흡상태도 정상으로 돌아와 숨쉬기도 편안해졌으며, 흐릿하던 의식상태도 멀쩡해졌고, 체온이 떨어져 느꼈던 오한도 사라진 상태였다.

포도와 설탕만을 항아리에 넣어 발효를 시켰을 뿐인데 독한 포도주로 변할 줄은 정말 나는 몰랐다. 원래 과실주는 항아리에 과일을 넣고 소주를 부어 봉합 한 후 수 개월을 발효시키는 과정으로 만들어지는 것인데 포도는 설탕만을 넣어서 발효시키면 포도주가 되는 사실은 이 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술을 마시고 하마트면 죽을 뻔했다. 그리고 이 포도주를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살짝 고민스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