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뜸의학

어라? 귀에서 소리가 나네!

목눌인 2011. 7. 24. 21:43
어라? 귀에서 소리가 나네! 현대침의학

2009/04/03 12:42

복사 http://blog.naver.com/kppass7/150045373715

그저께였다.

글을 쓰기 위해 컴퓨터의 자판을 열심히 두드리고 있었다. 그런데 'ㅅ'의 키가 먹혀 들지 않아서 일삼아 꾹 눌러야만 글자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ㅅ'이라는 자음의 키 하나가 장애를 일으키자 한 줄의 문장을 쓰는데 겪는 불편함이란 이루 말 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3줄의 문장을 만드는데 'ㅅ'이라는 자음이 수 없이 쓰여졌다. 글을 쓸 때마다 'ㅅ'의 키를 꾹 눌러야 한다는 수고스러움과 불편함이 글을 쓰기위한 집중력을 흐트러지게 하여 제대로 된 문장 하나를 완성하는데 상당한 에너지와 시간이 소모되는 것이다.

 

우리의 인체도 어느 한 장기가 장애를 일으키면 몸의 전체적인 균형이 깨져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다.

한 장기라고 말할 것 까지 없다. 신체의 아주 자그마한 부분에라도 장애가 생기게 되면 그 부분만 불편함을 겪는 것이 아니라 몸의 전체가 불편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손톱 밑에 티끌보다도 더 작은 가시가 박혀 있다고 하자. 손을 움직일 때마다 찌르는 듯한 통증이 유발되어 온 신경이 손톱 밑쪽으로 쏠려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을 정도가 된다. 생활을 하는데 불편함이 따를뿐만 아니라 이것이 강한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나중에는 혈압도 오르고, 소화장애도 일으키고, 두통도 유발시키는 등의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깨지게 할 수도 있다.

축농증 환자들의 고통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들의 고통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모를 것이다. 축농증은 콧 속의 부비강점막 염증을 일컫는 것으로서 코의 아주 작은 부분에 있는 질환이다. 그러나 축농증은 숨쉬기도 거북하며, 냄새를 맡지도 못하고, 두통까지 유발시킨다고 한다. 이러한 고통으로 인해 자살의 충동을 항상 느끼며 살아가는 환자들이 있다고 한다. 

 

요즘 나의 생활상은 스트레스 그 자체이다. 백수생활 5년을 해보라. 스트레스가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그마나 여태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것은 '침술'에 미쳐 있기 때문이다. 생계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침술에 미쳐 있는 내가 진짜 미친 놈이지만, 그래도 침을 생각하면 내가 살아야만 되는 까닭을 깨닫게 되고 살아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내가 침에 미쳐 있는 꼴을 저주스럽게 여기는 나의 아내와 나의 두 딸들, 그리고 가끔씩 나의 블로그를 보고 협박 비슷한 쪽지를 보내오는 몇몇 한의사들을 제외하면, 가진 것은 없지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놈이라고 자부할 수도 있다. 

논어의 '학이편(學而篇)'에서,

인부지이불온(人不知而不溫)이면 불역군자호(不亦君子乎)라고 했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을 내지 않는 것이 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라는 뜻으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 할지라도 옳은 길을 변함없이 갈 수 있다면 이것이 군자의 길이 아니겠느냐는 말이다.

 

어떻든 내가 침에 미쳐 있다고 하더라도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지 못하는 죄책감에 대한 스트레스는 거머리처럼 나의 몸에 붙어 피를 말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글이라도 쓸라치면 신경을 곤두 세우게 되어 있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글 쓰는 자판의 키가 장애를 일으켜 평소보다 곱빼기로 긴장된 상태로 글을 쓰고 있던 중에 갑자기 귀에서 틱 하는 소리와 함께 귀가 멍해져 오는 것이었다.

귀가 꽉 막혀 있다는 느낌도 아니고, 그렇다고 확 뚫려 있는 상태도 아닌 무엇인가 한 꺼풀의 두꺼운 막이 고막을 틀어 막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더니 귀 안에서 윙-하는 소리가 뇌 전체를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나의 몸에서 심각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음을 얼른 알아차렸다. 쓰던 글을 마무리하고 바닥에 누웠더니 귀에서 나는 소리가 더 명확하게 들려오는 것이다. 그리고 두통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두 눈도 빠질 듯이 아프다는 것을 알았다.

정말 난감했다. 난생 처음으로 겪는 이명(耳鳴)이었다. 이명으로 고통받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아왔기 때문에 겁이 나기 시작했다.

침통을 꺼냈다. 우선 자율신경의 균형을 잡아주는 혈에다 침을 꽂고 30분을 누워 있었다. 두 눈이 편안해지면서 두통도 가라앉기는 했으나 귀에서 소리가 나는 것은 여전했다.

30분 후에 침을 뽑고 단 한 개의 침으로 귓볼과 소장경의 천용이라는 혈 사이에 있는 중간에 깊숙히 찔러 넣어 약간의 자극을 가한 후 30분을 유침시켰다. 유침하는 동안 졸려 잠을 잤던 것 같다. 침을 뽑았다. 귀에서 나는 소리가 많이 줄어들었으나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 후 산을 올라 갔다와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이튿 날인 어제 아침,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귀에서 소리가 전혀 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귀에서 소리가 나는 몇 시간동안 솔직히 많이 불안해 했다. 이러다 영원히 낫질 않으면 어떻게 할까라는 걱정스러움이 떠나질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이명은 멈추었고 멍하던 귀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침을 맞아서 회복이 되었는지, 아니면 침의 효과와는 무관한 일시적인 현상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나는 침이 나의 급성의 이명을 치유시켜줬다고 믿고 싶다.

전에 만성의 이명 환자들에게 침을 놓아 본 적이 있다. 몇몇 사람은 침으로 이명을 고칠 수 있었으나 나머지는 실패를 했다. 치료에 실패를 한 환자들은 환자의 사정이나 나의 사정으로 지속적으로 치료를 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 원인이 될 수도 있지만, 이명은 좀 까다로운 질환이기도 하다.

이명에는 소장경의 청궁과 담경의 청회, 삼초경의 이문, 예풍혈에 자침을 해야하나 환자들이 자침 시 고통스러워 하는 혈들이다. 그래서 나는 이 혈들은 가급적이면 피하고 귓볼과 천용혈 중간 지점에 침을 꽂는다. 이 혈은 이명뿐만 아니라 뇌졸중으로 혀가 마비되어 말을 못할 때나 편도선염, 인후통에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아주 중요한 자리이기도 하다.

 

내가 침에 미쳐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형편이지만, 그 덕에 내 몸이 아프게 되면 적어도 병원비는 축내지 않는다는 자위를 해본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무능한 인간으로 몸 안 아프고 오래 살면 무슨 의미냐는 자학도 하게 된다.

나는 침에 미친 놈이며, 그래서 가족들에게 버림 받은 진짜 미친 놈이기 때문에.